한두 번 굶는다 하여 반드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 一飢二飢未必生疾·일기이기미필생질
나는 일의 효과를 빨리 볼 수 있는 방법으로 굶주림을 참고 먹지 않는 것만 한 게 없다고 본다. 한두 번 굶는다 하여 반드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굶는 데 따라서 한 되 두 되의 쌀이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약간의 굶주림을 참지 못하거나, 쌀이 떨어지자마자 병이 드는 사람과 비교한다면, 어느 쪽이 더 어리석고 더 지혜롭겠는가?
余謂事之效速, 莫如忍飢不食. 一飢二飢未必生疾, 一升二升隨飢米羨也. 與未忍少飢, 而米絶先病者, 愚智何如也?(여위사지효속, 막여인기불식. 일기이기미필생질, 일승이승수기미선야. 여미인소기, 이미절선병자, 우지하여야?)
위 문장은 성호 이익(李瀷·1681~1763)의 글 ‘食小’(식소·적게 먹는 일) 마지막 부분으로, 그의 대표적 저술인 ‘성호사설(星湖僿說)’ 권17에 실려 있다.
성호는 자신이 책만 읽는 선비로서 노동 등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함에 대해 반성하며 검약을 실천했다. 스스로 ‘좀벌레’라고 부르며, 끼니마다 한 홉씩 줄여 먹었다. 선비가 자신을 지키고, 사회에 최소한의 책무를 하기 위한 처신이었다. 하루 두 끼만 먹고, 한 끼마다 한 홉씩 덜어내면 곡식을 저축할 수 있다. 그것으로 굶주려 죽는 이를 구제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가만히 앉아 밥만 축내는 지식인(선비)으로서 자괴감 때문에 그는 밥도 양껏 먹지 않았다.
필자는 며칠 전 하동향교에서 ‘조선시대 교육’과 ‘조선시대 서부경남지역의 학맥’을 주제로 각각 강의했다. 교육이든 학맥이든 모두 주체는 선비였다. 성호는 선비가 참아야 할 여섯 가지 일을 지적했다. 굶주림·추위·수고로움·곤궁함·노여움·부러움이다.
그때와는 세상이 달라져 강의에서 성호의 이 주장을 그대로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선비 정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간략히 언급했다. 그는 선비는 물욕을 절제하여 숙명적으로 가난한 법이라고 했다. 자기 뜻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가난할 때는 더욱 어렵지만, 이를 지키는 게 선비라고 했다. 성호의 아버지 이하진(李夏鎭)이 귀양 가 사망하고, 둘째 형 이잠(李潛)이 정치 문제에 얽혀 고문으로 옥사했다. 성호는 이를 계기로 과거에 응할 뜻을 버렸다. 평생 고향인 경기도 광주에 칩거하면서 수많은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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