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시청의 공무원노조원들이 시장을 비난하고 격하하는 수단으로 황구에게 시장표지를 두르고 끌고 다닌 시위가 징계를 넘어 형사고발로 진전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 보도에 접하고보니 십수년 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노동자들이 황구를 묶어 앞세우고 시위하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다만 청주의 개가 한 마리인데 매사추세츠의 개는 10여마리였다는 것이 다르고, 청주의 개는 사용자를 비유한 것인데 매사추세츠의 개는 피고용자를 비유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미국의 노동관행에 황견계약(黃犬契約)이라는 게 있다. 노동자가 고용될 때 고용주와 맺는 계약의 일종으로, 이미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다면 이를 탈퇴하고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다면 앞으로도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용조건으로 노사간에 계약하는 것을 옐로 도그 컨트랙트 곧 황견계약이라 한다. 물론 위반했을 경우 해고가 계약조건으로 명기된다. 미국의 노동조합법은 이 황견계약을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으며, 학설상으로는 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해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고용조건은 황견계약으로 간주해 왔다. 조합활동에서 이 황견계약은 1920년대에 맹위를 떨쳤으나 동료들의 등쌀이 거세지면서 서서히 사양에 접어들어 조합투쟁에 소극적이거나 뒤로 물러서는 동료를 왕따시키는 수단으로 황견(황구)을 묶어 시위에 앞세우곤 해 왔다. 한국에서는 개 하면 황구를 치는데 미국에서는 황구 하면 비겁·겁쟁이·편견을 대변한다. 차별인간이나 외설물을 노랑으로 상징하고, 동양이 서양의 위협으로 다가오자 노랑을 동양 이미지로 비하해 왔고, 배신하는 개로 노랑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주 황구시위를 두고 성난 것은 청주시장만이 아니다. 중국 고대 진(晋)나라의 문인 육기(陸機)가 기른 황구는 낙양과 오나라 사이 양자강을 도강하며 편지를 내왕시켰고, 고려말 눈먼 고아를 이끌고 밥을 얻어먹여 공민왕으로부터 정3품벼슬의 품작을 받은 개성의 개도 황구며, 1924년 북아메리카 대륙을 횡단, 세계 최고의 귀가 기록을 세운 바비도 황구다. 이 황구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플래카드 들고 청주시청 앞으로 모여들지 모를 일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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