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왜 중국이 고구려를

bindol 2022. 10. 12. 06:14

[이규태코너]왜 중국이 고구려를

조선일보
입력 2004.08.15 18:43 | 수정 2004.08.15 18:44
 
 
 
 

중국에서 한(漢) 당(唐) 송(宋) 등 통일 달성 시 칼을 짚고 우뚝 일어서서 주변 국가를 위협적으로 둘러보는 시대가 공통적으로 수반됐었다. 그러했을 때 공통현상이 일어났었는데 그중 하나가 자신들을 뒤돌아보는 고대사 붐이 일어난 것이다. ‘도대체 우리가 누구인가’ ‘예부터 한(漢)족은 위대하지 않았던가’ 식으로 뿌리를 파고들어 ‘옛날에도 우리는 위대했고 그래서 지금도 위대하다’든가, ‘지금 위대하니까 고대에도 위대했을 것’으로 국민에게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정신작업이다. 그리고 국내문제가 사라졌기에 변경에의 관심이 변두리로 확대되어 주변 문화나 역사, 산물에 관심이 비상하게 높아졌던 데 역사적 공통성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이 난데없이 고구려와 발해의 위상을 대장간에서 주물(鑄物) 변조하듯이 두들겨 역사에서 변조하려 든 데는 시기적으로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각된 것과 역사적 관행의 좌표가 맞았다고 보인다. 만리장성이 입증하듯 그 동북에 버려진 지방을 두고 역사적으로 영토라는 애착이나 집착이 별로 없었고, 행정력의 미침이 미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미치지 않기에 한말까지 러시아인과 한국사람이 제집 드나들듯 했었다.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서 거대시각으로 둘러보니 취약점으로 이 지역이 부각되었고, 이 지역의 정체성 정립이 고구려와 발해를 한국사에서 떼어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서 소위 동북공정이 시발된 것이다.

백수십년 전 세계를 휘몰아친 영국이 세계 곳곳에 탐험대를 보내고 에베레스트에 등정시키는 등 그 넓은 제국주의 식민지로도 만족 못하고 변방인 극지에 국력을 쏟은 것이며, 40여년 전 미국이 세계의 정상에 서자 우주탐험에 열중, 지구의 변방인 달에까지 사람을 보낸 것도 최고에 이르렀을 때 발산되는 변방에의 정치 관심의 표출이다.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부각됐던 30여년 전 난데없이 야마타이대국(邪馬臺國)이 어디 있었느니 조몬인(繩文人)이 어디까지 진출했었느니 고대사 붐이 일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새삼 고대사에서 변방을 넓히려는 중국 동북공정의 전철이랄 수 있는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