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세례 요한의 동굴

bindol 2022. 10. 12. 06:11

[이규태 코너]세례 요한의 동굴

조선일보
입력 2004.08.18 18:49
 
 
 
 

세계 최고(最古)의 도시 이스라엘의 예리코를 떠나 암만으로 가는 구도로를 따라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오른쪽 길을 따라 오르면 요한으로부터 예수가 세례 받은 요르단 강변에 이른다. 30여년 전 그곳에 갔을 때는 이스라엘군과 요르단군이 대치하고 있는 완충지대가 돼 있어 무장한 이스라엘 병사 5명의 집총 호위를 받으며 세례현장에 이를 수 있었다.
예상보다 좁은 강 복판에 3m 남짓한 철십자가가 예수의 세례현장을 표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병사 하나가 페니실린 빈 약병 하나에 그 요르단 강물을 담아주면서 예루살렘에 가면 이 세례수 한 병에 10달러씩 사고판다며 손에 쥐어주던 생각이 난다.

예언자 요한이 유다의 황야를 누비면서 천국이 가까워왔다는 예언을 듣고 예수가 세례를 받은 것은 28세 때 일이다. 유대교의 기득권파들에게는 세례가 없었으며 금욕을 신조로 한 신진 요한 일파를 이단시하여 소외시켰고 이들은 유다의 황야와 사해의 황무지에 산재한 동굴을 전전하며 신앙생활을 해왔다.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사해문서(死海文書)에 보면 쿰란 교단의 입신식(入信式)으로 세례를 베풀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쿰란 교단과 요한교단과는 신앙적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미루어 알 수 있으며 강물에서 베풀던 세례의식을 성소인 동굴로 도입했던 것도 방랑시대였을 것이다.

성지 발굴에만 30년을 매달려온 영미 고고학발굴단이 세례 요한이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베풀었을 세례의 흔적들이 보존된 동굴을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입구에 세족(洗足)할 수 있는 돌이 놓여 있고 세례현장에는 성수를 담았을 물항아리 파편이 25만점이나 발굴되었다.
요한이 시작한 이 세례를 기독교가 도입, 특정 냇물이나 샘에서 베풀었던 것을 4세기 기독교 공인 후에는 원형 또는 정다각형의 세례당을 부설, 복판에 세례반(盤)을 설치한 세례당에서 베풀었다. 세례에는 전신을 적시는 침례(浸禮), 머리 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적례(滴禮), 물을 퍼붓는 관수례(灌水禮) 등이 있다. 이번에 발견한 동굴이 세례현장으로 확인되면 옥외에서 옥내로 옮겨가는 세례문화사의 도표로 각광받을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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