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올리브 冠

bindol 2022. 10. 12. 06:12

[이규태코너]올리브 冠

조선일보
입력 2004.08.17 18:16
 
 
 
 

진행 중인 아테네 올림픽의 메달리스트들에게는 아테네답게 올리브 생나무 가지로 엮은 올리브관을 씌워주고 있다. 이는 우승자에게 씌워주는 생나무관의 보통명사인 월계관(月桂冠)으로 통하지만 면밀히 따지면 잘못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4대 국민축제가 있었는데 아폴로신을 제사하는 피티아 제전, 제우스신을 제사하는 올림피아 제전, 알케모로스 장군을 추모하는 네메아 제전, 그리고 해신 포세이돈을 제사하는 이스트미아 제전이 그것이다.
이 제전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들에게는 생나무관을 씌워주게 마련인데 이스트미아의 우승자에게는 솔잎관을, 네메아 우승자에게는 파슬리관을, 그리고 올림피아에 버금가는 피티아의 우승자에게는 월계관을 씌워주었다.

월계수는 영력(靈力)과 시작(詩作)의 능력을 준다고 믿어 무당이나 시인들이 그 잎을 씹거나 태워 연기를 쪼였으며 그로써 관을 엮어 쓰고 다니고 잠잘 때 월계수 잎을 깔고 자는 관습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월계수는 아폴로신에 바쳐지는 나무로, 월계수관은 승자나 영웅 및 천재의 머리에 씌워주는 영광의 관이었다. 동양에서도 달 속에 영생하는 나무로, 그 나무 밑에서 토끼가 불사의 약방아를 찧고 있는 영생의 상징이다.

가장 성대한 축전인 올림피아 경기에서의 우승자에게는 올리브 생나무 가지로 엮은 관을 씌웠으며 지금 아테네 올림픽의 관들도 그래서 올리브관이다. 그리스나 이스라엘 연안에 가보면 올리브나무와 무화과나무뿐이라 해도 대과가 없다. 그래서 성서에 가장 자주 등장한다. 노아의 홍수에서 큰 비가 멎고 노아가 날려보낸 비둘기가 물고 돌아온 것이 올리브 생나무 가지였다. 그로써 지상에 물이 빠진 것을 알고 '올리브 가지' 하면 평화와 화해의 상징이 된 것이다.
미국 독립전쟁 때 식민지측이 영국 본국과의 화해를 구해 조지 3세에게 보낸 청원서의 명칭이 '올리브 가지 청원서'다. 지금도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의 올리브를 아테나신에게 바쳐진 최초의 올리브나무의 후손 나무로 신성시하고 있다 한다. 우리 선수의 머리에 최초의 본토 올리브관이 얹혀 그 내력과 영광을 살펴보았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