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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머리 좋아지는 밥

bindol 2022. 10. 15. 10:56

[이규태코너] 머리 좋아지는 밥

조선일보
입력 2004.06.02 17:07 | 수정 2004.06.02 17:50
 
 
 
 

일제 때 자랐던 노인세대는 쌀밥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고정관념의 노예인 데 예외가 없다. 태부족인 쌀을 먹지 못하게 하는 일제의 교활한 영양학설에 속은 것이다. 밥과 빵을 비교해 쌀에는 비타민B1이 0.10㎎인데 밀가루에는 0.15㎎으로 0.05㎎이 적다는 것이 머리를 나쁘게 하는 영양결핍이라는 것이다. 쌀을 먹지 못하게 하고자 억지로 찾아낸 논리다. 이 미세한 영양상의 차이도 쌀을 지속적으로 먹었을 때 생기는 것으로 아무리 가난하다 한들 밴댕이 젓갈이나 새우젓 한 마리 먹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이 보충되는 영양차다. 더욱이 1.3㎎의 하루 한 사람 소요량은 1년치를 합쳐도 엽서 한 장 무게에 못 미칠 뿐 아니라 합성도 쉬워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한데도 2차대전 후 빵을 주로 먹는 미국의 승전이 변수로 작용 빵이 밥보다 머리를 좋게 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기에 이른다.

또한 제국주의자들은 쌀밥을 중풍에 연계시켰던 기억도 난다. 조선사람은 논밭에서 고개를 숙이고 일하기에 피가 머리에 몰려 뇌출혈을 재촉한다 하고 같은 밥을 먹고 과수원에서 고개를 쳐들고 일하는 사람에게는 중풍이 적다 했다. 둘째 조선의 개울물들은 광물질 틈을 급격히 씻어내리는 바람에 세상에서 손꼽는 산성수이며 이 물을 조석으로 마시기에 피가 잔득거려 미세혈관에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쌀밥을 못 먹게 하는 역설의 논리도 있었다. 2차대전 전 쿠바 국제이민농장에서 일하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백계러시아 멕시코 중국사람들에게 그들 나라의 주식들을 자유롭게 선택해 먹도록 했더니 50일 경과해서 모두가 저희네 주식을 버리고 쌀밥을 선택했다는 사례를 말하고 쌀밥은 그것만 먹었을 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주식이요 그래서 과식으로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 쌀밥 유해의 역설이었다.

일본 연구팀이 현미밥을 먹인 쥐의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을 과학적으로 추적, 쌀밥을 먹어야 공부 잘하게 되고 치매도 줄어드는 확실한 증거를 잡았다는 보도가 있어 쌀밥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온 불행했던 과거를 훑어보았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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