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소황제 성인병

bindol 2022. 10. 15. 10:57

[이규태 코너] 소황제 성인병

조선일보
입력 2004.06.01 17:06 | 수정 2004.06.01 17:09
 
 
 
 

80년대 중국 안휘성에서 있었던 일이다. 소학교 1학년 교실 수학시간에 채왕이라는 어린이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애지중지 제재라고는 받아본 적 없이 자기중심으로 자라온 소황제라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선생이 가서 말려도 듣지 않자 들고 있던 책으로 머리를 몇 번 내려쳤다. 소황제는 그길로 울며 집에 돌아가 일러바쳤고 아버지는 곡괭이를 들고 교실로 쳐들어가 흑판에 글 쓰고 있는 선생을 내려쳤고 쓰러지자 뒤따라간 어머니가 짓밟았으며 선생은 그 길로 죽어갔다. 외둥인 소황제를 두고 친가 외가 조부모 넷과 부모 둘이서 응석받이를 하여 심성이 비뚤어졌다 하여 4-2-1병(病)이라고도 하는 이 소황제를 둔 부모와 선생과의 싸움이 보편화했었고 이를 두고 갈등의 1라운드라 한다.

소황제들이 결혼하여 아기를 갖게 되면서 갈등의 2라운드에 접어든다. 하남성에서 외동 아들 딸끼리 결혼한 남편 유씨와 아내 원씨 사이에 대망했던 아들이 태어났다. 중국의 혼인법에 태어난 아이는 부모 어느 쪽의 성을 선택해도 되게 돼 있기에 무남독녀인 처가에서는 가계를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원씨로 성을 삼자는 데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4형제 중 막둥이인 유씨집 사정도 매한가지였다. 형 셋 모두가 딸만 있어 유씨가문을 단절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태어난 아들 성을 유씨로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버티었다. 이 갈등으로 유남(劉男)은 원녀(袁女)의 가슴을 가위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했고 유남은 그 길로 음독자살했다.

 

일전 신화사통신이 보도한 바로 국립가정교육연구소의 추적조사에 의하면 결혼한 소황제 세대의 3분의 1이 배우자나 배우자가족과 불화와 갈등 속에 살고 있다는 보도가 있어 2000년대를 갈등 3라운드로 잡고 있다. 이 갈등은 설거지 빨래 등 가사를 누가 할 것인가 싸운 뒤 누가 먼저 사과하느냐 등의 사소한 일로 지나치게 강한 자아의 부딪힘이 한 세대를 불행으로 몰아가고 있다했다. 중국의 소황제병이 성인병으로 풍토병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