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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小兄이라는 벼슬

bindol 2022. 10. 15. 10:58

[이규태코너] 小兄이라는 벼슬

조선일보
입력 2004.05.31 18:36 | 수정 2004.05.31 22:42
 
 
 
 

중국 지안(集安)의 초기 고구려 왕궁터에서 발굴된 소형(小兄)이라 새겨진 기왓장이 처음으로 공개 보도되었다. 각종 호칭을 고증한 중국 고문헌 ‘칭위록(稱謂錄)’에 보면 ‘고구려 땅에서 장관을 형(兄)이라 부른다’ 했으니 형은 고구려 초기의 관직이름으로, 지금의 장관급인 대형(大兄)에 버금가는 차관급 관직명이다. 그 차관이 근무하는 왕궁 내의 건물 지붕에 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기왓장일 것이다.

한자의 뿌리를 풀이해 놓은 ‘설문(說文)’에 형(兄)은 신명을 받들어 하달하는 사람으로, 신바람이 든 황홀 상태를 뜻하는 열(悅) 예(兌) 탈(脫) 등 한자에 형(兄)자가 들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신라 초기 임금들이 무당이었듯이 고대의 임금은 신명을 대행하는 사람이었고, 임금을 돕는 각료들은 그 신명 받드는 일을 돕는 사람이었기로 벼슬 호칭에 ‘대형’ ‘소형’ 하는 ‘형’자가 들어간 것이다. 영국에서 장관을 뜻하는 미니스터가 신의 심부름꾼으로 성직자를 뜻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라에서뿐 아니라 집안에서도 신명을 받들었는데 그 일을 형제 가운데 장형이 맡았기로 가족 칭호로 형이 정착한 것일게다.

 

요즈음 ‘박 장관 김 장관…’ 하고 부르느니 ‘박형 김형’ 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친근감을 주며, 관민 간에 거리를 좁혀주는 호칭이 아닐 수 없다. 고대 관직의 호칭들은 이처럼 민주적이고 인간적이었다. 고구려에는 대형 소형 말고 심부름꾼이라는 뜻인 ‘대사자(大使者)’ ‘소사자(小使者)’란 벼슬이 있었고, 백제에는 은혜로 다스린다는 은솔(恩率), 덕으로 다스린다는 덕솔(德率)이라는 도덕적 벼슬 호칭도 있었다. 백성 아래로 낮게 임하는 벼슬문화는 고려 때에도 계승되어 총리급을 받들어 모신다는 시중(侍中), 장관급을 종 노릇 한다는 복야(僕射)라 했다.

민주화 사회인지라 보다 낮아져야 할 벼슬 호칭이 근대화하면서 장관이니 대신이니 하여 백성에게 군림하고, 비민주적·관료적으로 오만해지고 있으니, 역사를 역류하고 있음을 고구려 옛터에서 발굴된 소형 각자(刻字)의 기왓장이 고발하고 있다 할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