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참수(斬首)
대만이나 보르네오 뉴기니 등지에 사람 목을 자르는 종족이 있는데, 이 자른 목의 두개골을 집안에 모셔 두지 않으면 악마와 병액이 닥친다 하여 소중히 떠받친다. 게르만 민족들은 참수로 희생시켜 그 피를 땅에 뿌려야 풍년이 드는 것으로 알았다. 스웨덴에서는 기근이 들면 임금을 참수로 희생하여 그 피로 제단을 물들였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그레트헨이 참수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단두대에 가까울수록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밀어닥쳤다 했는데 참수에서 흐르는 피를 얻기 위해서다. 간질병 등 불치병에 좋다 하여 집행인은 참수에서 흐르는 피를 컵으로 받거나 수건에 묻혀 팔아 수입을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최후의 참형은 커피에 독약을 타 고종황제를 시해하려 했던 김홍륙이 마지막이다. 그 이전의 대역(大逆) 죄인은 국왕이 남대문 다락에 앉아 참수케 하는 임문정형(臨門正刑)으로 다스렸다. 참수를, 목과 두 팔, 두 다리를 차례로 다섯 토막낸다 하여 오살(五殺)이라 했는데 인조 때 심기원(沈器遠)의 경우는 두 다리, 두 팔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을 자르는 역으로 집행, 참혹도를 가중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자른 목은 「역적참항(逆賊斬項)」이라는 죄목과 더불어 전시하는데 이를 효수(梟首)라 했다. 옛날, 어미를 잡아먹는다는 부엉이(梟)를 보면 잡아 죽이고 나무에 걸어 그 불효를 응징했다 하여 참수 전시를 효수라 했다.



참수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자살 수단인 하라키리(割腹)를 실패할 때 지켜서 있다가 목을 내리쳐 타살하기까지 했다.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들은 얼마만큼의 목을 잘랐느냐로 무공을 겨루었으며, 임진왜란 때 왜장들은 목을 잘라 운반하기 번거롭자 목 대신 코와 귀를 잘라 도요토미(豊臣秀吉)에게 보내 공을 다투었다. 그 잔인성의 유전질이 일본 병사들에게서 한말 조선 의병들을 잡으면 땅에 묻고 그 목을 치는 참수의 잔인성으로 표출되었던 것이다. 지금 이슬람계 무장단체의 미국인에 대한 보복성 공개 참수가 온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왜 세상은 물질면에서는 첨단화하면서 정신면에서는 잔인하게 퇴행만 하는지 모르겠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규태코너] 영통사(靈通寺) (0) | 2022.10.22 |
|---|---|
| [이규태코너] 느티나무 (0) | 2022.10.17 |
| [이규태코너] 휴대폰 증후군 (0) | 2022.10.15 |
| [이규태코너] 상원사 가는길 (0) | 2022.10.15 |
| [이규태코너] 곰 발바닥 (0) | 2022.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