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157] 성기사(省其私)

bindol 2022. 10. 21. 17:18

[이한우의 간신열전] [157] 성기사(省其私)

입력 2022.10.20 03:00
 

‘논어’ 위정 편에 사람을 깊이 살피는 법이 제시되어 있다. 성기사(省其私)가 그것이다. 사람이란 남들이 다 지켜보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삼가고 조심하기 때문에 그 본모습을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사사로운 점을 포착해 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고 본심을 알아내려는 시도가 즐겨 사용되었다. 성(省)이란 글자를 뜯어보아도 사소한 것[少]을 들여다본다[目=視]는 뜻이다.

‘장자’ 열어구(列禦寇) 편에는 공자가 말했다는 구징(九徵)이 나온다. 성기사를 하기 위한 아홉 가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을 시험할 때는 먼 곳으로 심부름을 보내 그 충성심을 살피고, 가까이 시종하게 하여 그 삼감을 살피며, 번거로운 일을 시켜서 그의 재능을 살피고, 갑자기 질문을 던져 그의 지혜로움을 살피며, 갑자기 약속을 해서 그의 신의를 살피고, 위험을 알려 그의 절의를 살피며, 재물을 맡겨 그의 어짊을 살피고, 술을 마시게 하여 취한 뒤 거동을 살피며, 남녀가 마구 함께 있는 곳에 두고 그 절조를 살펴보라.”

 

실은 제갈량도 사람을 살필 때 이와 비슷한 일곱 가지 방법을 활용했다.

“첫째, 어떤 일을 물어[問之] 그 대답의 옳고 그름을 통해 그 속마음을 살핀다. 둘째, 말로 궁지에 몰아넣어[窮之] 그의 임기응변을 살핀다. 셋째, 계책에 관해 말해보게 해[咨之] 그의 식견의 깊이를 살핀다. 넷째, 재난이 났다고 말해주어[告之] 그의 용기를 살핀다. 다섯째, 술에 취하게 해[醉之] 그의 밑바닥 성품을 살핀다. 여섯째, 재물로 유혹해[臨之] 그의 청렴함을 살핀다. 일곱째, 어떤 일을 하기로 약속해[期之] 그의 신뢰성을 살핀다.”

여기에 한국 야당 버전을 하나 추가해야겠다. “피켓 시위를 할 때 오탈자를 보면 그들이 진심인지 쇼인지를 알 수 있다.” 워낙 쇼로만 일관하다가 정권을 잃은 세력이기는 하지만 그 수많은 의원들이 “정치 탑압”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가 망신당한 장면은 충격이었다. 그만큼 외치는 구호와 본심이 무관하다는 뜻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