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58] 세한
김정희 그림으로도 유명한 세한(歲寒)의 문제는 원래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구절에서 비롯됐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듦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곧 어려움에 처해야 누가 진짜 자기 사람이고 누가 그동안 이익을 위해 자기 사람인 척했는지를 가리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정확히 해당하는 ‘주역’ 괘는 택수곤(澤水困)이다. 이 괘에 대해 주나라 문왕은 “말이 있으면 믿지 않는다”고 풀었는데 모호하다. 공자는 이를 “말이 있으면 믿지 않는다는 것은 입을 숭상하면 곧 궁하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결국 이런 곤궁에 처하게 된 것은 군자가 도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다만 군자가 도리를 회복할 경우 곤궁에서 벗어나게 되고 동시에 그 참에 누가 도리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고 누가 도리를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인지를 가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대장동 사건에 깊이 연루된 유동규씨가 연일 화제이다. 그가 한 말 중에 “어려움에 처하고 보니 누가 진짜 나와 함께할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털어놓은 대목에서 첫인상은 늦었다는 것이다. 눈뜬 장님이 아니고서야 그런 사람들을 동지로 여겼다는 것 자체가 큰 허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만시지탄, 지금이라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구절에 대한 송나라 사상가 정이천의 풀이가 예사롭지 않다.
“곤궁한 때를 만나 말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입으로 곤궁을 면하고자 하면 곧바로 새로운 곤궁을 불러들이는 꼴이 된다.”
즉 이쪽이건 저쪽이건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입을 높이게 될 경우 그것이 바로 입으로 곤궁을 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결코 곤궁을 벗어날 수 없다. 구치소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하니 너무 상세한 말은 덧붙이지 않는다. 바른 도리를 지키며 묵묵히 자기가 찾아낸 바른길을 가면 곤경에서 벗어나게 되어 있다고 ‘논어’와 ‘주역’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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