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횡설수설/송평인]‘괴물 미사일’ 현무-5

bindol 2022. 10. 21. 17:50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송평인]‘괴물 미사일’ 현무-5

입력 2022-10-18 03:00업데이트 2022-10-18 09:52
 
한국형 유도탄인 현무 시리즈 중에서는 현무-1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탄도미사일 현무-2와 순항미사일인 현무-3가 실전 배치돼 있다. 우리나라는 사실 미사일 강국이다. 현무-3의 사거리는 1500km로 이 정도 사거리의 순항미사일은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한국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 현무-2는 2021년 5월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 전 사거리가 800km로 제한돼 있을 때도 약간의 개량만으로도 중거리미사일로 전환할 수 있었다.

▷현무-4부터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 있다. 탄도미사일인 현무-4는 2017년 미국이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한 이후 개발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1t에 불과한 현무-3의 탄두 중량을 2.5t까지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무-5는 ‘괴물’로만 알려져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현무-5가 배치되면 재래식 전력으로도 북한의 핵 공격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8초가량의 흐릿한 탄도미사일 발사 영상이 공개됐다. 그것이 현무-5였다. 군이 이 영상을 정식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추정 제원도 나오기 시작했다. 탄두 중량이 무려 8t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될 때까지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은 사거리 제한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한국은 폭발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두 중량을 늘리는 데 집중해 왔다. 그렇게 쌓은 노하우로 현무-5의 탄두 중량을 현무-4보다도 3배 이상 늘렸다.

 
▷재래식 무기의 폭발력 최대치는 10t 정도다. 탄두 중량 8t이면 세계 최대급이다. 전술핵무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수십 개를 동시에 터뜨리면 핵 배낭과 맞먹는 폭발력을 지닌다. 관통력에서는 재래식 무기가 우수하다. 핵폭탄으로는 지하 50m 정도밖에 뚫을 수 없지만 현무-5로는 지하 100m보다 더 깊은 갱도 속의 표적도 파괴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 김정은과 군 지휘부의 위치는 한미 정보자산에 의해 감시되고 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즉각 현무-5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다만 현무-5를 현 시점에서 정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현무-5는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된 후 개발됐기 때문에 현무-4까지 사거리가 800km로 제한돼 있던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탄두 중량을 줄이면 3000km 이상까지 날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사거리면 중거리탄도미사일이다. 중국과 일본으로서는 크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 국민의 안보 불안을 잠재울 필요가 있지만 더 적절한 공개 시점을 찾아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