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조선이란 말이 처음 나온 건 아니다. 10년 전 일본 누리꾼들이 먼저 자국을 비하하는 의미로 동조선(東朝鮮)이란 신조어를 썼고, 중국 누리꾼들도 따라 했다. 억압 정치, 민주주의 결핍, 서방에 대한 두려움 등에서 북한과 다를 게 없다는 점을 풍자한 조어다. 서(西)의 발음이 시(習)와 성조는 다르지만 발음은 같다는 점에서 ‘시황제의 중국’이라는 의미도 깔려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베이징은 중국인들이 접할 정보, 말할 수 있는 정보를 거의 절대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광활하다. 인구도 14억이 넘는다. 북한처럼 철저히 외부 세계와 단절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도 완벽히 통제 사회를 구현하려 한다. 대체 이는 어떻게 가능한가. 각종 첨단 기술을 동원한 ‘디지털 법가’의 세상을 만든 것이다.
▷중국은 아울러 최고의 디지털 감시 시스템인 ‘톈왕(天網)’을 가동하고 있다. 해외 도피 인사까지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하늘의 그물을 만든 것이다. 톈왕의 그물코는 점점 촘촘해지고 있다. 최첨단 안면인식 장비, 4억만 개가 넘는 감시 카메라, 감시 드론, 빅데이터, 딥러닝 기술을 결합한 최고의 감시 시스템이다. 인민 개개인의 생채 정보까지 정부 데이터에 쌓이고 있다.
▷북한을 빗대 ‘서조선’이란 조어가 나왔지만 이쯤이면 북한은 ‘아날로그 전체주의’, 중국은 ‘디지털 전체주의’로 규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이 커 ‘공동부유’를 내세운 시 주석의 노선에 동조하는 인민도 적지 않다지만 이런 빅브러더의 세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