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소년 자살특공대
일제 강점 말기 10대 전반의 한국 소년들에게 요카렌(豫科練)이라는 소년병 지원을 강요했었다. 이 소년병이 되면 여느 군복 단추가 다섯 개인 데 비해 일곱 개나 달아주고 여느 단추는 벚꽃모양인데 벚꽃에 닻이 더 들어있다는 등 차별화로 선망을 유도했었다.
지원입대를 하면 여학생들이 무운(武運)을 빈다는 바늘 땀으로 수놓은 천인침(千人針)의 어깨띠를 둘러주어 우쭐하게 한다. 그렇게 끌려간 소년은 자살특공훈련을 받고 죽어갔고 그의 집에는 ‘영예로운 집’이라는 문패가 붙어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묵념하도록 신격화하기까지 했었다.
독재 말기에는 이처럼 철없는 소년들을 속임수로 유인, 자살무기로 써먹어온 것은 역사의 상식이었다. 2차대전 말 무솔리니 독재의 이탈리아에서 검은 옷을 못 입게 했었다. 왜냐하면 ‘검은 셔츠부대’라는 소년병의 독점 복색으로 차별화하기 위해서였다.
비인도적·비인간적 죄악으로 역사에 으뜸가는 나치스의 악랄한 행동의 전위대는 바로 선망 속에 양성시킨 소년병 ‘히틀러유겐트’였고 기존 문화와 기성 인물을 살해, 파괴하고 갖은 모욕을 가했던 문화혁명의 전위부대도 철부지 소년들인 홍위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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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레스타인의 소년 자살특공대들이 잡혀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부모가 돈 받고 팔아먹기도 하지만 지원하면 꿀과 포도주가 흐르는 낙원에서 72명의 처녀들에 감싸여 산다는 꼬임에 빠져 폭약을 젖가슴에 감기워 피폭을 찾아든 것이다. 이슬람의 소년 자살특공대는 전통도 유구하다.
십자군 전쟁 때 소년들은 마약에 마취당해 산노인성(山老人城)이라는 인조낙원에 업혀든다. 깨어나보니 과수와 향목과 화초가 만발하고 꿀과 우유와 포도주가 냇물이 되어 흐르며 궁전에는 관능적인 여인 72명이 득실거렸다. 그 관능 속에 사흘을 살다가 다시 성 밖으로 업혀 나와 자살 특공이나 암살임무를 부여하며 성공하면 이 낙원에서의 부활을 보증한다. 십자군의 명장 레이몬드며 예루살렘 콘래드왕이 피살된 것도 바로 이 소년 자살특공대에 의해서였다. 1000여년 전 산노인성이 팔레스타인에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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