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인터넷 고사(告祀)
초월자인 신불(神佛)에게 소원을 상달하는 수법은 나라에 따라 다르다. 베트남 산간지방에서는 각기 다른 곡식알에 소원을 담아 뿌려놓고 말똥굴레가 굴려가면 그 소원이 신명에게 상달되는것으로 알았다.
이스라엘에서 신명과 통하는 현장은 예루살렘에 있는 통곡의 벽이다. 유태인들은 사사로운 소원까지도 종이에 적어 이를 접어서 통곡의 벽 틈에 꽂아두고 통곡을 하면 그 소원이 상달될 것으로 알았다.
세계각지의 유태인들로부터 폭주하는 많은 소원들을 팩스로 받아 통곡의 벽에 꽂는 대행업체가 성업을 이루더니 그마저 번거로웠던지 인터넷에 통곡의 벽 사이트를 개설 직접 하나님에게 상달하는 이메일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터넷 고사(告祀)가 등장한 셈이다.
소원 들어줄 것을 비는 신명과의 교감 수단으로 인명이나 가축을 바치는 희생을 들 수 있다. 인당수에 심청이를 희생 해신의 노여움이 갈아앉기를 기원한 것이며, 이미 고구려 때부터 나라의 소원을 비는 큰 제사에는 교시(郊豕)라는 돼지를 제물로써 희생했던 것이다.
옛 효자가 부모의 병 낫기를 천지신명에게 빌때 손가락에 기름을 칠해 불을 켜고 그 고통을 참는 소지기도( 指祈禱)를 했는데 이는 인신희생의 잔존이다. 마을의 풍년이나 가뭄에 비를 신명에게 빌 때 그 소망을 종이에 써 하늘에 고했다가 제사가 끝나며 이 축문(祝文)을 태워 재를 하늘에 올려 소원을 상달했다.
신명과의 가장 보편적인 소통수단이었던 이 소지( 紙)기도는 마음에 둔 아가씨의 마음을 사게 해달라는 등의 은밀한 사연에까지도 널리 활용되었을 만큼 저변화돼 있었다. 이 소원이 공통될 때 부적(符籍)에 그 소원을 담아 수혜자들이 나눠갖기도 했으며 소원을 비는 제사상의 음식을 복(福)이라 했는데 이를 나누어 먹는 음복(飮福)으로 소원이 성취될 것으로도 알았다.
지금은 부동산 중개업소가 돼 버린 복덕방은 본래 이 신명과 공식(共食)한 제사 음식을 분배하는 신성한 나눔의 집이었다. 이스라엘에서 하나님전 상서를 이메일로 띄운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의 신명들도 전자상가 나들이를 준비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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