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남자 치마
성을 둔 차별철폐 운동이 드디어 옷차림에까지 비화,엊그제 뉴욕에서 하이힐에 길고 짧은 치마 차림의 사나이들이 도심을 누비는 행진을 했다. 변태 성욕자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이들은 여자들은 남자옷 입고 다니는데 왜 남자는 여자옷 못 입고 다니느냐는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라고 했다.
고대에 있어 치마와 바지는 성을 가르는 옷이 아니라 고온 다습한 해양성 기후로 정착성 농경을 생업으로 삼아온 민족일수록 치마를 선호했으며, 한랭 건조한 대륙성 기후로 이동성 생활을 해온 민족일수록 활동성의 바지를 선호했다. 따라서 해양성·대륙성 문화가 완충하는 한반도에선 남자가 치마를 입었던 기록이 없지 않다.
‘삼국유사’에 보면 김유신이 김춘추와 축국(蹴鞠)을 하고 노는데 김춘추의 비단 치마(裙)가 찢기어 이를 여동생에게 꿰매게 했다는 대목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삼국시대에 남자들도 치마를 입었음을 시사해준다. 고구려 고분벽화인 무용총 주실 속 벽에 그려진 두 남자가 두루마기 속에 분명히 치마를 입고 있음을 볼 수도 있다.
아웅산 사건의 재판 때 미얀마 법정 광경이 자주 보도되었었는데 재판관이나 변호인 교도관 할 것 없이 모두가 치마를 입고 있음을 보았다. 미얀마 남자들은 웃옷은 양복을 입건 티셔츠를 걸치건 아래옷만은 ‘론지’라는 치마를 입고 산다.
고대 이집트 문헌학자인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여인회의’에 보면 남편이 아내의 치마를, 아내가 남편의 치마를 자연스레 바꿔 입는 장면이 나오며 소크라테스는 평생 남녀 공용의 치마인 휴마디온을 입고 살았다.사머세트 모옴의 ‘비’에 보면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이 입고 사는 라바라바라라는 남녀공용의 치마를 두고 선교사로 하여금 이렇게 개탄케 하고 있다. ‘열 살 이상의 사나이들이 치마를 벗고 바지를 입지 않는 한 섬사람들을 개종시킬 수 없다’고….
이미 미국에서는 이성의 옷을 입고 다니는 크로스드레서라는 부족이 늘어왔으며, 이들을 겨냥한 의류업자들이 경쟁적으로 패션창출을 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 스커트 입은 사나이의 출현도 멀지 않을 것 같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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