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향탕(香湯)
중국 서안(西安) 근교에 화청궁(華淸宮)이라는 이궁이 보존돼 있다. 당 현종(玄宗)이 양귀비를 데리고 이 온천 이궁에서 겨울을 나게 마련이었다. 양귀비 전용의 옥련탕(玉蓮湯)이 있는데 옥으로 새긴 연꽃 틈으로 물이 솟고 물에는 조각된 오색의 물고기와 용이 떠다니게 했다.
탕 물에는 용뇌향(龍腦香)을 풀어 방향이 물씬했으며 물갈이할 때 버려지는 이 온천물 받아 향수로 팔아서 치부를 했을 정도였다. 15세 미만의 사내아이 30명으로 이루어진 보이 소프라노의 합창을 들으며 양귀비와 현종은 이 향탕에서 지새우느라 안록산의 반란이 무르익어가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양귀비가 죽음을 당한 후 현종은 이 옥련탕을 찾아와 용뇌향의 환상 속에 지새웠으며 죽을 때도 용뇌향 탕에서 마지막 ?욕을 하고 잠들면서 깨우지 말라 시키고 죽어갔으니, 현종은 바로 향탕(香湯)을 가교로 죽은 양귀비와 유명 간의 사랑을 지속한 셈이다.
사치 화장으로 유명한 네로 황제 비 포피아는 여행할 때면 50마리의 당나귀를 몰고 다녔다. 조석으로 당나귀 젖으로 목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나귀 젖으로 목욕하면 얼굴이 희어지고 주름살이 잡히지 않을뿐더러 은은한 향이 살에 배어 성적 상대를 황홀하게 한다.
프랑스 샤를 6세 비는 피부가 젊어진다 하여 악어의 분이나 멧돼지의 머릿골, 늑대의 피를 욕탕에 풀기도 했다. 필리핀의 마르코스가 살았던 말라카냥 궁전에도 천장을 대형 거울로 장식한 욕탕이 있는데 이곳은 10가지 프랑스 향료를 번갈아 풀어 썼던 십향탕(十香湯)이었다.
지금 일본은 향탕시대라는 보도가 있었다. 목욕 좋아하는 한국 관광객의 유인수단이기도 한 향탕에는 사과나 유자 등 과일 향내를 풀기도 하지만 한국관광객을 유인하고자 무즙을 푼 무탕, 인삼 달여 탄 고려인삼탕, 생강즙을 푼 와인탕 등 각기 병(病)맞춤의 약탕으로 손님 잡기에 안간힘이요, 초콜릿이나 와인을 풀어 젊은이들을 유인하기도 한다던데 이미 우리나라에도 향탕이 영업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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