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블루 마케팅
폴 발레리의 ‘예술론’ 가운데 화가 모네로부터 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적고 있다. 모네가 백내장 수술을 받았을 때 메스로 불투명해진 수정체를 적출해 낸 순간 이전에 본 적 없는 푸른 빛이 나타나는 것을 감지했다는 것이다.
어느 특정한 물체의 빛깔이 아니라 ‘찢어진 감각 틈으로 새어나온 생명의 빛깔을 훔쳐본 것 같았다’고 모네는 말했다 한다. 생명이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고 무색·무취·무미의 것인데 그것의 빛깔을 푸르게 보아낸 모네다.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본 최초의 지구인인 가가린의 첫 마디는 지구가 푸르다는 것이었다. 모네가 훔쳐본 푸른 빛깔이나 가가린이 멀리서 보아낸 푸른빛은 공통성이 있는 것만 같다.
생명의 원천은 공기와 물이다. 빛깔이 없는 공기를 멀리서 보면 푸르고, 빛깔이 없는 물도 깊으면 푸르다. 푸른 하늘을 올려보고 있으면 눈썹이 파랗게 물들고 두 손바닥으로 볼을 쓰다듬으면 손바닥이 파랗게 물든다고 시인 윤동주(尹東柱)는 읊었다. 생명에 빛깔이 있다면 그건 분명히 푸른 빛이다.
보도된 바로 지금 온 세상은 푸른 빛의 반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고른 1000대기업 가운데 파란 빛깔이 들어간 로고를 선택한 기업이 무려 70%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CF나 선전 포스터의 기조색으로 푸른색이 득세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서양사람들에게 푸른 빛은 별볼일 없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푸른 악마에 씌었다 하고, 우울하고 느린 박자의 재즈를 브루스라 하며, 여자들의 생리일을 블루데이, 일요일 다음날을 블루먼데이라 함도 그것이다. 그리고 작품 속의 푸른꽃은 꺾을 수 없는 동경의 꽃이요 파랑새는 잡을 수 없는 행복의 새다. 그런 서양사람들에게 푸른빛깔 선호는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유행에도 철학이 있다. 이 푸른빛깔의 반란을 두고 유전자 조작, 생명 복제 등 인류의 약은 꾀가 생명에 도전한 데 대한 반동이요, 과학 기술의 생명 파괴를 둔 저항이라는 문명해석도 나오고 있어 이 블루 미케팅을 차원높게 되돌아보게 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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