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화이 클라이

bindol 2022. 10. 25. 06:01

[이규태코너] 화이 클라이

조선일보
입력 2004.02.04 16:07
 
 
 
 

인간은 울면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셰익스피어는 바보들만 사는, 그래서 태어나기 싫은 세상에 강제로 밀려나는 것이 억울하여 운다고 했다. 이렇게 태어나 거의 1년 동안은 모든 의사표시를 오로지 단일회로인 울음으로 나타낸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를 알아듣는 요즈음 어머니는 동서할 것 없이 드물다. 개 울음소리를 번역하는 기계까지 팔리고 있는 작금에 갓난아기 울음을 번역하는 분석기가 시판되고 있다 하여 이상할 것이 없다. 옛날에는 아기가 어떠할 때 어떻게 울면 뭣 때문이라는 육아의 지혜가 대대로 어머니에게 전승됐었다.

시집 갈 날을 잡으면 유모나 이모가 성교육과 아기 기르는 법을 가르치고 시험을 치렀다. ‘아기가 울어대면 …’ 하고 운을 짚어 물으면 예비 신부는 몸을 앞뒤로 흔들며 ‘첫 번은 응아요 두 번은 맘마라…’고 대꾸한다. 기저귀가 젖었을 때 가장 잘 울고 젖을 먹고 싶을 때 버금으로 잘 운다는 울음 해석이다.

기저귀도 젖지 않고 배도 부른데 울어대면 옛 할머니들은 속옷을 갈아입혔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아앙 아앙 큰소리로 울어대면 할머니는 아기를 부엌에서 일하는 어머니에게 안겨주었고, 울음을 멎었다. 그건 응석의 울음으로 해석된 것이다. 돌 가까운데 아무 탈없이 야밤에 갑자기 울어대면 꿈꾸기 시작하는 증좌로 받아들였고….

 

양주역 푸르지오 디에디션

 

생후 말하기 시작하기까지 10개월 동안의 갓난아기는 울음으로 말한다. 울음소리에는 리듬과 강도 주파수가 다르며 이를 디지털 처리한 아기울음 분석기 ‘화이 크라이(Why Cry)’가 선진국들에서 널리 팔리고 있다는 외지의 보도가 있었다. 화이 크라이 표면에는 각기 다른 아기 얼굴 표정이 그려져 있어 배고파 우는지 지루해 우는지 신체적으로 불쾌해 우는지 졸려 우는지 해당 얼굴에 점등되게 돼 있다.

육아문화가 다르기에 나라나 민족에 따라 아기 울음이 다를 수 있다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개발자는 인종이 다른 100명의 갓난아기를 대상으로 면밀히 조사, 말하기 전의 울음 말 곧 크라이 토크에는 인종차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끝에 개발한 것이라 한다. 할머니의 지혜까지 디지털이 약탈하는 세상이 됐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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