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두레 부활

bindol 2022. 10. 25. 06:04

[이규태코너] 두레 부활

조선일보
입력 2004.02.03 17:53
 
 
 
 

민주주의가 피부에 와닿게끔 저변화하려면 지방자치제에서 마을 단위의 향촌자치제로 하향해야 한다. 이 향촌자치제의 핵심이 우리나라에서 전통도 유구한 두레다. 흔히들 농가의 경작면적 단위로 노동력을 추렴하여 공동작업을 하는 협동 관행으로만 알고 있지만 우리 전통농촌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이 두레에 조화롭게 수렴돼 있어 그 자체가 한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미래상이기도 하다.

대전시에서는 산하 79개동에서 의사·약사·종교인·교사·교수 및 복지단체에서 일하는 인사 등 30명 안팎의 인원으로 두레를 만들어 한 마을에 사는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기초생활자 등 사회적 노약자를 돕고 봉사하는 옛 두레의 복지정신을 부활시키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라져 없어진 전통에서 뿌리를 찾아 현대와 미래에 접목시키는 이상적인 작업이란 차원에서 조명을 대보고자 한다.

이 현대판 두레의 간사는 동(洞)의 사회복지사가 맡기로 했다던데 전통 두레에는 우두머리인 행수(行首) 아래 머슴살이 하는 기운이 센 미남인 수총각(首總角)으로 하여금 실무를 보게 했다. 수총각은 마을에서 가장 무거운 들돌을 드는 장사이어야 하고 볏단이나 나뭇짐을 지어 나를 때 여느 머슴보다 갑절을 지고 달려야 한다.

 
 

그래서 수총각의 품삯은 여느 장정의 갑절을 받게 마련이다. 해동하면 나경(裸耕)이라 하여 사나이 벌거벗겨 성기를 노출시킨 채 쟁기로 밭을 갈게 하는 풍년기원 습속이 있는데 바로 수총각의 몫인 것으로 미루어 비단 행정 대행자뿐 아니라 신명과 접하는 주술(呪術) 대행자이기도 했다.

고대 신라의 화랑과 같은 구심점의 전통이 수총각이랄 수 있다. 이 수총각은 두레로 하여금 고아·과부·홀아비·홀어미 및 자식 없는 노인들 농사를 짓게 해줄 뿐 아니라, 과부에게 짝지어주는 약탈 때 과부를 업고 달리는 일이며 병들면 둘러업고 의원을 찾아가는 일까지 도맡았다.

두레에 인력을 추렴 못하면 금품으로 대신하게 돼 있는데 이것이 두레 금고랄 수 있는 사창(社倉)으로, 마을 사람들 어려운 처지에서 구출하는 데 쓰였다. 도시화로 지리멸렬 이산된 인심을 두레를 배경으로 여미어 나가는 것을 보았으면 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조선일보
입력 2004.02.03 17:53
 
 
 
 

민주주의가 피부에 와닿게끔 저변화하려면 지방자치제에서 마을 단위의 향촌자치제로 하향해야 한다. 이 향촌자치제의 핵심이 우리나라에서 전통도 유구한 두레다. 흔히들 농가의 경작면적 단위로 노동력을 추렴하여 공동작업을 하는 협동 관행으로만 알고 있지만 우리 전통농촌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이 두레에 조화롭게 수렴돼 있어 그 자체가 한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미래상이기도 하다.

대전시에서는 산하 79개동에서 의사·약사·종교인·교사·교수 및 복지단체에서 일하는 인사 등 30명 안팎의 인원으로 두레를 만들어 한 마을에 사는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기초생활자 등 사회적 노약자를 돕고 봉사하는 옛 두레의 복지정신을 부활시키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라져 없어진 전통에서 뿌리를 찾아 현대와 미래에 접목시키는 이상적인 작업이란 차원에서 조명을 대보고자 한다.

이 현대판 두레의 간사는 동(洞)의 사회복지사가 맡기로 했다던데 전통 두레에는 우두머리인 행수(行首) 아래 머슴살이 하는 기운이 센 미남인 수총각(首總角)으로 하여금 실무를 보게 했다. 수총각은 마을에서 가장 무거운 들돌을 드는 장사이어야 하고 볏단이나 나뭇짐을 지어 나를 때 여느 머슴보다 갑절을 지고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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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총각의 품삯은 여느 장정의 갑절을 받게 마련이다. 해동하면 나경(裸耕)이라 하여 사나이 벌거벗겨 성기를 노출시킨 채 쟁기로 밭을 갈게 하는 풍년기원 습속이 있는데 바로 수총각의 몫인 것으로 미루어 비단 행정 대행자뿐 아니라 신명과 접하는 주술(呪術) 대행자이기도 했다.

고대 신라의 화랑과 같은 구심점의 전통이 수총각이랄 수 있다. 이 수총각은 두레로 하여금 고아·과부·홀아비·홀어미 및 자식 없는 노인들 농사를 짓게 해줄 뿐 아니라, 과부에게 짝지어주는 약탈 때 과부를 업고 달리는 일이며 병들면 둘러업고 의원을 찾아가는 일까지 도맡았다.

두레에 인력을 추렴 못하면 금품으로 대신하게 돼 있는데 이것이 두레 금고랄 수 있는 사창(社倉)으로, 마을 사람들 어려운 처지에서 구출하는 데 쓰였다. 도시화로 지리멸렬 이산된 인심을 두레를 배경으로 여미어 나가는 것을 보았으면 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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