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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日 극우만도 못한 왜곡 선동

bindol 2022. 10. 26. 04:28

[기자의 시각] 日 극우만도 못한 왜곡 선동

입력 2022.10.25 03:00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보다 감탄한 순간이 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가 외교 책사로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를 기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다. 외시 13회 출신인 위 전 대사는 노무현 정부 때 외교통상부 북미과장, 이명박 정부 때 차관급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냈다. 외교관들이나 기자들 사이에서도 균형 잡힌 실력파 외교관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영입 과정을 들어보니, 어느 캠프에도 들어갈 생각이 없던 위 전 대사는 왕십리에 얻어놓은 오피스텔 방에서 연구 활동에 전념하던 중에 일면식도 없던 이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삼고초려를 외면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위 전 대사가 캠프 합류 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무엇보다 이 대표가 “시종일관 ‘실용 외교’를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위 전 대사는 대선 1년 전 책 한 권을 냈다. 책에서 그는 “아마추어리즘, 포퓰리즘, 이념·당파성, 자기중심·감정적 관점, 국내 정치 종속 외교 등이 우리의 5대 외교 수렁”이라며 “이 수렁들은 서로 부정적 영향을 주고 한국 외교의 선진화를 저해한다”고 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의 저서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 제언'. /조선일보 DB

이 대표는 자신의 외교 책사의 책을 읽어봤을까. 최근 그의 발언을 보면 아닌 것 같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에서 한·미·일 연합 해상 훈련이 실시되자 “극단적 친일 국방” “독도에서 욱일기 펄럭” “욱일기가 한반도에 다시 걸릴 수도”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이 연일 전술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을 발사하며 핵 무장력을 강화하는 와중에, 북핵에 대한 비판은 제대로 않고, 외려 대북 방어 훈련인 3국 훈련을 휘발성 높은 ‘친일 프레임’을 가져다 깎아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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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사실을 왜곡했다. 훈련 지도를 입수해 보니, 한·미·일 훈련 구역은 독도에서 100해리(海里·185.2㎞), 일본 시마네현 오키노시마에서 62해리(114.8㎞) 떨어진 곳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욱일기, 독도 펄럭’이 아니라, ‘태극기, 일본 펄럭’이 ‘팩트’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몇몇 매체들은 이 대표의 말을 고스란히 베껴 쓰고 확대 재생산했다.

일본에도 반한·혐한 장사를 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훈련을 가지고 ‘욱일기가 드디어 독도에서 펄럭였다’며 반색하지도, ‘세상에 태극기가 일본 열도에서 펄럭였다니’라며 발끈하지도 않았다. 일본 극우 정치인도 하지 않는 짓을 왜 우리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민주당 대표가 하나. 이런 게 대선 때 강조한 ‘실용 외교’는 아닐 것이다. 국회 최대 의석을 가진 제1 야당이라면 당대표의 비리 의혹으로 여론이 불리하더라도 국가 안보 사안을 가지고 정치 장사를 벌이는 유혹에 빠져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