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39] 여행의 필수 요건
오래 잘 참았다 싶을 만큼 긴 시간을 여행 없이 보냈다. 올가을 지난 3년간 불황기를 겪은 여행 업계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는 기사들이 반갑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뉴스에서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 모습만 보아도 마음이 설렌다. 여행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느 만큼 멀리 가느냐, 얼마나 오랫동안 가느냐, 어디로 무슨 목적으로 누구와 가느냐 등등이 집을 떠나는 시간을 규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모든 떠남은 용기이며 도전이다.
직업상 많은 분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볼 기회가 많다. 다큐멘터리나 저널리즘 사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한동안 유행하던 여행 사진가, 취미 생활자를 막론하고 수많은 분이 멀리 다녀오면 글보단 사진으로 그 시간을 전해준다. 어릴 적 할아버지는 멀리 여행을 다녀오시면 기행문을 써서 가족들에게 나눠 주셨다. 여행에 대한 나의 기대와 상상은 원고지에 적힌 글을 통해 씨앗이 뿌려지고,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으로 무르익었다.
김종철(70) 작가는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진 찍기를 즐긴 취미 생활자이다. 멀리 집을 나서는 길에 카메라를 챙기는 일을 중요한 의식처럼 지켜온 그가 전 세계를 다니면서 찍어서 묶은 책엔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마주한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담백하게 담겼다. 이 사진은 스위스의 유명 관광지에서 찍혔는데, 자연을 구경 간 자리에서 사람들을 보게 된 것이 특별한 기억을 만들었다. 여유롭게 햇빛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고개를 돌려 작가를 바라보는 남성이 보내는 찰나의 날카로운 시선이 풍경에 이야기를 남겼다.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그 안에서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아졌다. 짧은 주말 나들이는 물론이고 벼르고 별러 떠나는 휴가의 목적지를 검색할 때, 타인의 사진들을 둘러보는 게 필수 코스가 된 것이다. 지금 #주말여행엔 핑크 뮬리가 대세이고, #해외여행엔 따뜻한 동남아에서부터 겨울왕국까지 매력적인 장면이 넘친다. 볼거리에서 먹거리까지 다 미리 보고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여행엔 타인의 사진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불시에 부딪쳐오는 짜릿한 눈 맞춤이야말로 그 시간을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킥’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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