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읽기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36] 기술과 예술 사이

bindol 2022. 10. 7. 08:35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36] 기술과 예술 사이

입력 2022.09.30 03:00
 
SHIN X DALL.E, 인간과 AI의 합작으로 생성된 사진.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이 이미지를 생성하는 분야에서도 화제를 만들고 있다. ‘그림을 그린다’거나 ‘사진을 찍는다’는 표현은 한 장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에 충분치 않게 되었다. 그리거나 찍는 행위는 작자의 숙련도나 결과물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창작의 영역에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를 전통적인 의미의 창작과 동일하게 취급하기에 아직은 심리적인 저항이 있다. 이 저항감이 얼마나 빨리 사라질지는 이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에 달려 있다.

모든 기술은 인간의 욕망을 입고 살아남는다. 창작 활동에 대한 욕구, 창작물의 활용 방안, 창작물의 가치에 대한 판단 등이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기술이 예술의 분야에서 안착하게 되는 시점을 결정할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신기술에 대한 검증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자마자 예술 분야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았다. 사진이 그랬고, 영상도 그랬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중 하나를 이용해서 사진을 만들었다. 단어나 문장을 입력하면 이미지를 추출하는 방식에 따라, 세기의 전시로 꼽히는 ‘인간가족전’의 마지막 작품으로 유명한 유진 스미스의 ‘낙원으로의 걸음(1946)’을 문장으로 묘사한 후 얻은 사진이다. 출발이 무엇이었든 이 사진은 나의 언어와 인공지능의 데이터 베이스 기반 알고리즘의 만남으로 추출되었다. 10초도 걸리지 않고 사진 한 장을 만들었으니 유진 스미스가 살았다면 무어라 했을지 궁금하다.

낯선 기술은 기능적으로 유리한 장면을 파고들어 서서히 사용자들을 설득한다. 아마도 이 기술은 그래픽 디자인이나 스톡 이미지 분야에서 먼저 활용될 것이다. 일단 신기술이 적용된 기능에 익숙해지면, 이후에 자연스럽게 예술, 즉 자신만의 주관적 해석과 활동에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기술이 적용되고 그 효과로서의 기능이 일상을 파고들게 되었을 때,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기술이 인도한 새로운 세상에 살게 되는 것이다. 한 세대 전 등장한 디지털 기술이 그러했듯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예술 활동에 또 한 번의 활력을 불러일으킬 시간이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