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돈병대(豚兵隊)

bindol 2022. 10. 29. 09:58

[이규태코너] 돈병대(豚兵隊)

조선일보
입력 2003.11.04 16:51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들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공격에 노출돼 있다. 경비에 부심한 끝에 훈련된 돼지들에게 경비를 맡긴다는 전략을 세웠고, 지금 그 돈병대(豚兵隊)가 훈련 중이라 한다. 이슬람의 계율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돼지와 접촉하거나 돼지 냄새, 우는 소리를 들어도 저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음을 전략으로 이용한 것이다.

돼지에 대한 터부는 이스람 성경인 코란의 5장, 6장, 16장에 명시돼 있으며, 그 계율이 왜 생겼는가에 대해서는 설이 많다. 마호메트가 이끄는 이슬람군이 파죽지세로 진격해 한 마을을 점령했는데, 병사들이 그곳에서 주민이 기르고 있는 돼지고기를 먹어 보고 여태껏 즐기던 양고기나 낙타고기보다 연하고 맛있음을 알고 그에 빠져 전의(戰意)를 상실하고 있었다.

이에 마호메트가 알라로부터 돼지고기 금단의 계시가 내려졌다 하여 금육령을 내린 것이 시초라 하기도 하고, 기온 높은 지역에서 상하기 쉬운 돼지고기는 질병의 감염원이 된다 해서 먹지 못하게끔 계율로서 못박았다 하기도 한다.

중국에도 이슬람교도들이 많이 들어와 사는데 지방에 따라 원주민들의 배척을 받아왔다. 이 이슬람교도들을 괴롭히고 내쫓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돼지떼를 몰아 그들 주거지에 몰아넣는 일이었다.

 

이스라엘이 돈병대를 발상한 것도 바로 이 전법일 것이다. 가축 가운데 후각이 가장 예민한 것이 돼지라 한다. 우리나라 화전민들이 화전 가꿀 때 나무를 태우고 돼지를 방목하게 마련인데 땅속의 나무뿌리를 냄새로 추적, 모조리 추려내기에 곡괭이나 괭이질 할 것 없이 개간이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산삼이요, 귀족만이 먹었다는 드류프라는 땅속 작물의 소재를 냄새로 알아내는 것도 돼지가 유일하다 한다. 중세 유럽의 넓은 영지에서는 돼지를 풀어 기르게 마련이었는데, 방목하는 것이 아니라 영지 안에 침범하는 밀렵군을 탐지하는 레이더로서 돼지가 비상한 재능을 발휘한 때문이다.

곧 경비견 아닌 경비돈으로 유럽에서 활동했던 전력이 있는 돼지다. 서독에서는 이미 마약 탐지의 경찰돈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고도 들었다. 이슬람 특유의 체취에 민감하게 훈련시켜 그야말로 저돌적( 突的)인 돌격을 시키면 혼비백산할 것이라는―문화의식의 실전 이용 차원에서 흥미있는 일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