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하이힐 무해론
중국의 선각자 노신(魯迅)이 하이힐을 두고 새로운 형태의 전족(纏足)이라 하여 계몽운동을 펴고 있을 때 런던 번화가에서 패션 모델 바버라 로크우드양이 졸도 급사했다. 심장마비도 아니요 뇌출혈도 아니며 음독도 아니어서 온 세상의 관심거리로 부각, 영국 의료진이 그 사인규명에 동원됐었다. 그녀와 사귀던 남성들이 클로즈업되기도 했지만 단서를 잡을 수가 없어 한 신문은 ‘금세기 최대의 완전범죄’라고 대서특필까지 했다. 의료진의 종합조사 결과가 페인 박사에 의해 스코틀랜드 야드(경찰청)에서 발표되었는데 로크우드양을 살해한 범인은 그녀가 신고 있는 하이힐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충격받은 부인들의 열화 같은 관심에 응해 페인 박사는 의학전문지에 하이힐은 뒤꿈치를 심하게 자극하여 그 이상 자극이 요골(腰骨) 배골(背骨) 목 두뇌에 끊임없이 진동을 전달하고 뇌수는 그에 충격을 받는다 했다. 뇌중추는 그 충격을 극소화하려고 신체의 각 부위에 이상체구를 강요하며 저항을 한다. 이 전신에 퍼진 저항이 한계를 넘으면 불가피하게 졸도를 한다는 것이다.
로크우드양은 당일도 12시간이나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하고 ‘부인들은 지금 서서히 살해당하고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에 반론을 들고 나온 것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전속 구두장(匠)인 레인씨로 힐높이 2인치의 경우 조사된 데이터, 그리고 승용차 엘리베이터 등으로 격감하는 현대 여성의 평균 보행 수 등을 들어 무해론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유해론이 번져나가 파리에서는 하이힐 패션 메이커를 매도하는 가두 투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위가 약한 부인의 82%가 하이힐 애용자라 하여 여학생들의 사회진출 후 하이힐 신지 않겠다는 서명운동으로 접속되었으며, 중국에서는 하이힐은 새로운 형태의 전족이라는 신전족론에 무게가 실렸었다. 모택동의 대장정에 참여했던 여병사 가운데 전족한 이가 있음을 들어 하이힐 신고 2만5000리를 걸을 수 있겠는가라고 전족 옹호론이 대두되기도 했었다.
이처럼 하이힐 유해론이 말발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영국 옥스퍼드 관계 연구소가 하이힐이 무릎관절을 손상시키고 관절염의 원인제공을 한다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연구와 조사결과를 밝혔다. 지난 100여년래의 여성들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가 풀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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