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파트타임 판사
이웃 일본에서는 시민의 권리의식이 높아감에 따라 급증하는 조정재판이나 군소사건들을 해결하고자 지역별로 파트타임 판사를 임명키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재판소가 도시 편중이라 시골사람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파트타임 판사 제도가 잘 돼 있는 미국, 그 미국의 오클라호마 교외 한 타운에서 그 목가적(牧歌的)인 재판을 방청한 일이 생각난다. 전문적인 법관이 주재하는 곳은 카운티 이상의 도시로 이 작은 마을에서는 부정기적으로 치안판사(Justice of the Peace)가 재판을 했다.
주민 가운데 덕망 있는 분으로 주민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이 마을의 파트타임 판사는 인근 주립대학의 고고학 교수였다. 경찰 주재소의 민원데스크 뒤쪽으로 의자 여남은개 놓인 법정에는 재판관 하나 피고인 하나 그리고 피고인 가족 네댓이 전부였다.
피고는 트랙터를 몰고 오다 고속도로 규정을 위반, 뒤에서 오는 차에 58달러의 손실을 입힌 블루진 차림의 30대 농부였다. 판사는 이곳에서 약식재판을 받겠는가 변호사를 사서 카운티법정에 정식재판을 청구하겠는가를 묻더니 그후 묻는 말에 피고인이 반론을 길게 할 때마다 그 변명으로 무죄를 입증하고 싶으면 군재판소에 제소하라면서 두터운 법전을 들고 일어서길 여러 차례 했다.
일하다 왔는지 검불이 옷에 묻은 이 피고인은 솔직한 긍정부분에만 재판권을 행사한다는 관행 때문에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졍식재판을 엄두 못내고 수긍하고 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파트타임 판사는 법전을 뒤지더니 오클라호마 주법에서 중기차량이 어떠어떠했을 때는 벌금7달러에 처하고 이를 거부하면 하루 금고에 처한다고 판결을 했다. 그 자리에서 농부는1달러짜리 몇 장 꺼내더니 모자랐던지 뒤에 앉은 아버지처럼 보이는 이에게 10달러짜리 한장 빌려서 주니 판사는 자신의 지갑에서 3달러를 거슬러주고 서류에 서명하고서 담당경관에게 7달러 중 4달러50센트를 주고 재판수수료로 나머지를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고 돌아섰다. 나오면서 자판기에서 세븐업 하나 꺼내 마시며 나가는 것이었다.
목가적이기도 하려니와 재판의 서민화가 싱그러워 오래 잊혀지지 않는다. 법의 민중화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어지는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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