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대만 공화국

bindol 2022. 10. 31. 08:21

[이규태코너] 대만 공화국

조선일보
입력 2003.09.13 15:06
 
 
 
 

얼마 전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중화민국이라는 국호를 대만공화국으로 바꾸자며 일어난 15만 군중의 대규모 시위가, 중국의 눈에는 가시를 박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의 눈길을 끌었다.

이미 내년 3월에 있을 총통 선거를 겨냥해 대만이라는 국호가 표기된 여권을 발부하고 있어 중국의 기반에서 벗어나는 데 가속을 한 것이 된다. 명나라 말 이 중국대륙의 동남쪽에 붙은 섬을 동번(東蕃) 또는 토번(土蕃)이라 불렀던 중국말 음이 와전되어 타이완이 되었다기도 하고, 대만 동해안 지역에 취락한 원주민인 파이완족이 일찍 본토와 교류가 있었는데 그 이름이 타이완으로 와전되었다기도 한다. 대륙과 최초로 교류했던 대남(台南)의 지역이름이 그 뿌리라는 설도 있다.

타이완이라는 지명은 명나라 말에 얻은 것으로 삼국지에서 손권(孫權)이 이 섬에 장수를 보내어 정벌했을 때는 오랑캐 땅이라는 뜻으로 이주(夷洲)라 했다. 명나라 초에 유구(琉球)국의 중산왕이 조공을 바치면서 대만을 구분하여 소유구(小琉球)국으로 호칭했고,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바로 이 소유구국 시대였다.

선조 때 학자 이수광(李 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이 섬사람들 몸이 건장하여 약을 모르고 활을 잘 쏘아 거리가 200보에 이르며, 다투기를 좋아하여 곧잘 사람의 목을 베어가는 것으로 용맹을 과시한다 했다. 10여개의 많은 종족이 공존해오면서 종족 보존을 위해 서로 싸우느라 잔인할 정도의 용맹을 요구했다. 이를테면 고사족(高砂族)은 다른 종족의 목 하나를 베어오지 않고는 장가 가지 못하고 총각으로 늙어야 했다.

 

17세기에 홍모인(紅毛人), 곧 화란인들에 의해 지배받다가 청나라 초에 명나라 유장(遺將)인 정성공(鄭成功)이 화란인을 몰아내고 명나라 복고의 명분으로 정씨 세습통치를 하다가 손자 때 청나라에 정벌되고 만다. 그후 한족(漢族)의 이주로 지금은 98%를 차지하고 있으며, 원주민은 한족에 동화되어 2%에 불과하다. 본토에서 대만으로 철수한 장개석 따라 이주한 한족을 외성인(外省人), 그 이전부터 살았던 한족을 본성인(本省人)으로 구분하는데 한국의 3·1운동에 자극받아 본성인들이 독립운동을 벌인 것을 시초로 80여년 후 국호 바꾸기에까지 이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