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업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넘어간 걸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현대중공업이 골리앗 크레인을 해체해 울산행 배에 싣던 날 스웨덴 국영방송은 레퀴엠을 튼 채 중계방송을 했다. 조선업 붕괴로 인한 실업 증가와 인구 감소를 겪고 있던 말뫼의 시민들은 이 장면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름하여 ‘말뫼의 눈물’이다.
▷2010년 전북 군산시에 세계 최대 규모 독과 골리앗 크레인을 갖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준공됐다. 준공식도 열기 전에 배를 만들어 팔았을 정도로 경기가 좋았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시작된 조선업 장기 불황으로 2017년 7월에 결국 가동이 잠정 중단됐다. 근로자 5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고, 협력업체 90%가 문을 닫거나 군산을 떠나면서 ‘한국판 말뫼의 눈물’이란 말이 나왔다. 다음 해인 2018년에 한국GM 군산공장까지 폐쇄돼 지역경제는 더 황폐해졌다. 그랬던 군산조선소가 지난달 28일 5년 3개월 만에 재가동 선포식을 열었다.
▷‘말뫼 스토리’는 눈물로 끝나지 않았다. 조선업 붕괴 후 절치부심한 말뫼시는 1998년 버려진 조선소 땅에 말뫼대를 세우고 벤처 창업을 지원했다. 친환경 도시를 목표로 470km의 자전거 길도 만들었다. 고급 인재와 함께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 본사 등 유럽연합(EU)의 주요 기업이 몰리면서 말뫼는 지금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군산이 조선소 재가동에서 멈추지 않고 말뫼처럼 국내외 청년들이 몰려드는 활력의 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