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키위 프루츠
감귤의 고장 제주도에서 울면서 귤나무를 베어 없애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옛날에도 울면서 귤나무 뿌리에 독을 부어 고사시킨 일이 문헌에 나오는데 관에서 워낙 수탈이 혹심해서였지만 지금은 과잉생산으로 값이 폭락한 때문이라 한다. 그 귤나무 베어낸 자리에 대체작물로 키위를 기르고자 제주도 농가에서 뉴질랜드 현지 견습이 빈번하다 한다.
키위는 뉴질랜드 특산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원숭이 복숭아로 불리는 중국다래를 지난 세기 초에 뉴질랜드에 가져가 30년 동안 개량, 1930년에 처음으로 재배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다래와 같은 조상의 열매다. 키위의 학명 가운데는 ‘Chinesis’라 하여 그 뿌리를 밝혀놓고 있다.
'본초강목'에 보면 깊은 산 다래는 원숭이가 다 따먹는다 하여 원숭이 복숭아란 이름이 붙었다 한다. 일본에서도 다래를 원숭이 배라 하여 사루나시(猿梨) 또는 덩굴나무라 하여 후지나시( 梨)라고도 불렸던 키위는, 다래처럼 덩굴나무요, 꽃도 다래꽃처럼 하얗고 나무도 다래나무처럼 암(雌)나무 수(雄)나무로 성이 갈라져 있어, 멀리서 바라만 보고도 결실을 하는 플라토닉 사랑 나무다.
뉴질랜드의 국조(國鳥)로 날개가 퇴화돼 날지 못하는 새인 키위를 이 과일 이름으로 삼은 것은, 키위가 뉴질랜드 고유의 과일임을 과시하고자 하는 저의에서였다. 사실 뉴질랜드 북섬에서 나는 키위만으로 온 세계의 수요를 대고 있으며 뉴질랜드 사람의 애칭으로 키위가 정착되고 있을 만큼 키위는 뉴질랜드의 동일성이 되고 있다.
키위는 퇴화한 시각을 부리의 후각(嗅覺)으로 보상 받아 땅 깊이 있는 지렁이의 존재를 후각으로 알아내는데, 발을 굴러 비오는 소리를 냄으로써 지렁이가 제발로 기어나오게 하여 잡아먹을 만큼 꾀도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의 다래는 원숭이밥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으리랐다'고 읊었듯이 다래는 자연회귀의 상징이다. 이 상징물이 제주도로 들어온다면 이름을 바꾸어 100년 만의 동양회귀(東洋回歸)를 하는 셈이다. 원생지에서 형성됐던 유전질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요, 그 한국적 동일성을 활성화시켜 외래문화와 발전적 접목을 하는 문화의 표본을 키위에서 보고 싶은 것이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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