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비무초친(比武招親)
무예(武藝)가 남다른 여(女)호걸이 그 기량이나 호방함을 겨루어 자신보다 뛰어났을 때 신랑으로 맞이하는 것을 비무초친(比武招親)이라 한다. ‘금계야담(錦溪野談)’에 보면 왜국의 출중한 미모와 지혜를 갖춘 여호걸이 비무초친코자 왜국 나라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하고 조선으로 건너왔다. 스님으로 변장, 대궐 옆에 서서 호걸을 찾던 중 등극하기 이전의 효종(孝宗)이 그럴싸하여 호걸로서의 자질을 겨루어 보고자 접근했다. 한 달쯤 겪어보더니 ‘전하는 소국 영웅은 될지 몰라도 대국 영웅은 못 되옵니다’는 서한을 남기고 종적을 감추었다.
그 후 병자호란의 인질로 효종이 잡혀가 있을 때 청나라 황제의 초대로 음식을 대접받았는데 그 음식 맛이 분명히 이전에 먹어본 맛이었다. 청나라 황제가 불러 인사시키는 황후가 바로 조선에서 잠적했던 바로 그 여승임을 알고 놀란다. 비무초친으로 청나라 황제를 선택한 것이다. 이 여인의 도움으로 조선에 대한 강경정책이 완화됐다고 효종이 후에 자주 말했다 한다. 사대주의에서 발상된 비무초친형(比武招親型) 설화다.
희랍신화에서 달음질 잘하기로 소문난 미모의 여신 아타란타는 자신과 겨루어 이기는 자하고만 결혼하되 이기지 못하면 죽어야 한다는 가혹한 비무초친의 조건을 내세웠다. 히포네미스가 후보자로 나섰고 황금사과 세 개를 차례로 던져 아타란타의 걸음을 늦추게 하여 패배시킨다. 아타란타의 미모를 질투한 미의 여신 이프로디테의 음모에 의한 패배였으니 신들의 질투에서 발상된 비무초친이다.
실크로드의 종교도시 마자리샤리프에는 11세기 몽골계인 카이두왕국의 서울이었다. 그 왕국의 공주에 힘세고 용맹한 거녀(巨女)가 있어 씨름으로 이 공주를 이겨낸 자를 사위로 삼고 지면 말 100필을 바쳐야 한다고 중앙아시아 300여 나라에 광고를 했다. 1만필의 말을 벌어들였다 했으니 100명의 장사를 때려엎었다는 것이 된다. 국부(國富)와 직결된 비무초친이다.
보도된 바로 중국 무술 챔피언인 스무살의 아가씨 방초(芳草)가 공원 연못가에 링을 설치, 자신과 싸워 이긴 자에게 시집간다고 걸고 신랑 찾기 격투를 벌였지만 이 방초를 꺾은 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다. 사나이가 고개숙이는 현장은 이제 한두 군데가 아닌 셈이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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