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우초(愚礎) 방일영
태어난 생년(生年) 생월(生月) 생일(生日) 생시(生時)가 같은 것을 통사주(通四柱)라 하고 큰일을 하고 영화를 누린다 하여 우러렀던 희귀인간이다. 계해(癸亥)년 계해(癸亥)월 계해(癸亥)일 계해(癸亥)시에 태어난 우초(愚礎) 방일영(方一榮) 전 조선일보 회장이 그런 분이시다. 한국전쟁 때 수복 후 사옥(社屋)을 들르니 쥐들만이 부산히 오가는 폐허요, 가진 것이라고는 손목시계가 전부였다는 무일푼의 백지 위에 세계적 규모로 조선일보를 키워놓은―어리석지 않은 초석이요, 유명을 달리하고 보니 그의 통사주는 조선일보를 중흥시킨 네 기둥으로 버티고 있음을 알게 된다.
통사주 가운데 한 기둥은 도량(度量)이다. 그 속에 들면 우거진 거목이건 앙상한 나목이건 감싸이고 말기에, 방 대인(大人)으로 사원 간에 불리었음이 그 도량을 대변해준다. 무에서 초석을 놓을 때까지 수십년을 자금 끌어대기로 지새웠으면서 그 어려움 속에서도 사원 월급을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일선에서 뛰는 사원들은 경영난을 알지 못했으니 주눅들지 않게 하는 계산된 도량이었다. 언론에 족쇄를 끼우는 언론 윤리위법(倫理委法) 파동 때 일이다. 반대할 경우 신문지 공급을 중단한다는 통고를 우초는 받고 있었다. 하지만 사원과 일체가 되어 반대함으로써 이 법을 무력화시킨 주인공이 우초요, 그의 네 기둥 가운데 하나인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결단이다. 천객만래(千客萬來)로 교분 많은 우초의 위치에서 기사를 둔 부탁이 없을 리 없었을 터인데 그의 불간섭주의는 그 아래 일해본 사람의 단 한 사람 이의 없는 공감사항이니 용기와 신념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임방울을 비롯, 수복 후 빈곤을 못 벗어난 국악인들을 한 방에 재우고 먹이면서 자립케 한 것이며, 전문가 독점의 등산을 서민 레포츠로 대중화한 계기도 우초가 만들었다. 술집에 가면 일행의 지갑들에서 돈을 꺼내 종업원들에게 나누어주는 의협은 알려져 있다. 이것이 통사주 가운데 한 기둥인 적덕(積德)이요, 조선일보는 형제 우애(友愛)의 위대한 작품이라고들 말하듯이 우초의 우애는 네 번째 기둥으로 전설적이다. 네 기둥을 세워놓고 가신 우초(愚礎)의 이 통사주 위에 어질고 빛나는 누각이 겹겹 솟아오르는 것을 지하에서 지켜볼 것이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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