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프렌치 키스

bindol 2022. 11. 10. 16:38

[이규태 코너] 프렌치 키스

조선일보
입력 2003.02.21 19:25
 
 
 
 


공조를 바라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어깃장 놓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미국인의 반감이 프랑스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향수·포도주·생수 등 명품 불매운동과 여행 보이콧, 국제행사 불참 등
확산일로에 있다던데, 단 한 가지 보이콧에서 제외된 것이 있다. 프렌치
키스인 것이다. 유럽에서 키스 하면 프랑스를 친다. 볼에 키스하는 치크
키스만 해도 영국이나 북구 사람들은 단 한 번 하는 싱글 키스인데,
프랑스 사람들은 더블·트리플 키스를 한다. 키스를 주제로 한 조각의
최고 걸작인 로댕의 「키스」와 블랑쿠시의 「키스」도 프랑스 작가에
의해 파리에서 제작되었다. 키스하는 시늉만 짓고 흡입음만 내는 바큠
키스에 버릇이 들어 있는 영국인들에게 이 진한 키스는 낯선 데다가
서로의 문화를 비하하려는 견원(犬猿)심리가 작동, 프렌치 키스로 비하한
것이다. 독일에서도 프랑스 키스라 부르는 이 진한 키스를 프랑스에서는
말레시나주―곧 블루다뉴 지방의 지명으로 부르는데 이곳 사람들이
진하게 키스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민족과 문화가 영국은 게르만계(系)이고 프랑스는 라틴계라는 반감도
있지만 좁은 도버 해협을 끼고 이웃하고 있는 나라인지라 근린(近隣)
반발이 혹심한 두 문화권이다. 우리나라와 이웃하고 있는 청나라 사람을
돼지를 뜻하는 되놈 그리고 악취를 되내(胡臭)라 하고 청나라 사람들은
악취를 고린내(高麗臭)라 한 것도 근린 반발이요, 정월 대보름날
이웃마을과 편싸움을 하는 것도 한 해 동안 쌓인 근린 반감을 해소시키는
민속행사다. 영국에서 무단 결근을 프렌치 리브라 하고 프랑스 사람을
표변 잘한다 하여 풍향계(風向鷄), 개구리 요리 잘 먹는다 하여 개구리라
얕부른다. 십수년 전 프랑스의 크레송 여총리(女總理)가 영국은 동성애의
천국이라고 하자 영국 신문들은 「뭘 모르는 암개구리」라 막말을
했었다. 프랑스 사람들도 질세라 맛없는 음식을 영국 요리, 빚쟁이를
영국인이라 하며 갓뎀이라는 욕을 자주한다 하여 갓뎀하면 영국
사람이다. 매독을 영어로는 프랑스병, 불어로는 영국병이라 하며
피임도구인 콘돔을 불어로는 영국모자, 영어로는 프랑스문자(文字)라
한다. 키스를 비하한 데서 프랑스와 연계시킨 프렌치 키스를 보이콧에서
버리지 못하는 것은 관능이란 국경을 초월하는 존재라는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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