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대관식
영국 임금이 취임하는 대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에 있는 「스쿤의
돌」 위에서 베풀어진다. 스코틀랜드의 한 마을인 스쿤에서 전래되었다
해서 얻은 이름인 이 돌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이 베었던
돌베개로 이를 베고 잘 때 천사들이 하늘에서 내려진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꿈을 꾸었다던 바로 그 돌이다. 기원전 5세기에 아일랜드에
있었다는 이 돌이 후에 스코틀랜드로 옮겨져 왕의 대관식을 이 돌 위에서
베풀어왔다. 에드워드 1세가 스코틀랜드를 정복한 1297년 영국에 가져와
역대 임금이 이 돌 위에서 즉위를 했기로 「대관식 의자」라고도 불린다.
곧 야곱의 베개는 하늘과 땅을 잇는 매체로 신의 명을 거역 않고
받든다는 선서를 상징하고 있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고종 황제의 특사로
충정공 민영환이 참석했었다. 수십만리를 돌아 식장에 이르렀으면서도
충정공은 식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크렘린궁 우스펜스키 대성당에서
베풀어졌던 대관식에 들려면 신명을 받드는 대관의 주인공 이외에는
아무도 관모를 쓸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있어 관은
인격이요, 바로 황제를 대신하는 특명의 상징이다. 그것을 버리느니
차라리 입실 거부를 택한 것이다. 이처럼 기독교 국가들에 있어 대관은
신명을 받드는 의식임에는 다를 게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왕관에는 임금이 지켜야 할 상징적 규범이 내포돼
있었다. 평상시에 임금이 쓰는 익선관(翼善冠)의 뿌리는 두 개의 매미
날개가 달린 익선관(翼蟬冠)으로 매미가 이슬만 먹고 살듯이 욕심을
억제하고 청청백백할 것과 하늘의 뜻을 받드는 천심(天心) 안테나인
조우모(鳥羽帽)가 복합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의례 때 임금이 쓰는
사방에 주렁주렁 줄을 드리운 면류관(冕旒冠)에 대해
「자치통감(資治通鑑)」은 그 상징적 의미를 이렇게 적고 있다. 옆으로
드리운 면(冕)은 귀를 막기 위함이요, 앞에 드리운 류(旒)는 눈을 가리기
위한 것으로, 임금은 이목(耳目)을 가까운데 쓰는 것을 경계하고, 들리지
않는 먼 곳에 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이지 않는 먼 곳을 보라는
제왕학의 상징이다.
오늘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왕정시대로 치면 대관식이 베풀어질
참이다. 진행 의식만 달라졌을 뿐 대관의 의미에는 고금이 달라진 것이
없어 이렇게 되뇌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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