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

[김형석 칼럼]역사는 열린사회로 가고 있다

bindol 2022. 11. 12. 08:35

[김형석 칼럼]역사는 열린사회로 가고 있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18-06-12 03:00업데이트 2018-06-12 04:15
20세기 후반 좌와 우의 독존 대신 상대주의, 공존의 가치 인정받아
우리는 이런 변화를 깨닫지 못해
닫힌사회 지향한 국가는 소멸, 후퇴… 일본-중국도 진화적 의무를 다해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20세기 중반기까지는 온 인류가 불안과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지구상에 그렇게 망명자와 표류하는 사람이 많았던 시기가 없었다. 우리는 그 시대를 ‘냉전시대’라고 불렀다. 사회와 역사의 절대가치를 신봉하는 공산주의가 그 발단을 만들었다. 이에 대응해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도 자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그 반대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냉전을 치르면서 둘 중의 하나가 남고 다른 하나는 역사 무대에서 사라질 것으로 우려했다. 소련과 미국이 뒷받침하는 유럽이 양대 세력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 냉전의 소용돌이에 빠져 희생의 제물이 된 것이 우리의 6·25전쟁이었다. 없을 수도 있었던 무의미한 희생이었다.

이런 비극을 치르는 동안에 세계 지도자들이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 주었다. 좌와 우의 양극 세력이 절대가치의 모순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사회에는 중간이 없는 모순논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중간가치, 즉 절대가 아닌 상대가치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역사적 현실임을 경험했던 것이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좌파가 진보가치로 발전하고 우파가 보수의 위치로 바뀌면서 공존하게 된 것이다. 20세기 후반기에 진입하면서 한 사회 속에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것이지 좌나 우의 독존(獨存)은 있을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는 상대주의 가치관과 공존의 의미와 가치가 인정받게 됐다. 영국 같은 나라가 그 모범을 보여 주었다. 그동안에 인류는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게 됐다. 북한은 아직도 절대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주체사상이나 유일체제를 견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언젠가는 야당이 공산당과 비중을 같이하게 되면 세계 역사는 밝아질 때가 올 것이다. 과학자들도 상대성원리를 믿고 따를 정도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아직 그러한 세계사적 변화와 발전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소수의 후진 국가를 제외하고는 극복한 지 오래된 좌와 우의 양극논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다. 한때는 운동권 학생들과 그들의 주장을 따르는 젊은이들이 마르크스주의를 교과서와 같이 받아들이기도 했다. 좌파 세력이 유례없이 강렬했던 일본의 운동권 젊은이들도 그 논리를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좌파 운동권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그러다가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세계 역사는 한 단계 더 새로운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것은 당연한 세계 역사의 과정이다. 일부 철학자들이 그 사상적 진로를 제시했다. 그것이 열린사회에 대한 제안이었다. 역사는 폐쇄적인 닫힌사회를 지향했던 국가들이 마침내는 소멸하거나 후퇴했고 열린사회를 수용 발전시킨 나라들이 성장과 발전을 거듭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공산주의 소련이 지금의 러시아로 환원될 수밖에 없었고, 북한과 같은 폐쇄 국가도 그대로 고립시켜 두면 스스로 붕괴되든가 변질될 길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열린사회를 지향해 성공한 나라는 절대주의가 상대주의로 바뀌었듯이 상대주의적 가치가 다원가치, 즉 다원사회로 진보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다원사회를 육성해 온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일 것이다. 민족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종교적 가치까지도 다원성이 유지되고 있다. 문화와 정신적 영역에 속하는 다원성도 공존되고 있다. 유럽의 지도자들이 그 뒤를 따라 다원사회의 타당성을 인정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태어난 것이 유럽연합(EU)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유엔의 역할과 역사적 책임이 증대되면서 세계와 인류를 하나로 하는 다원가치 사회를 확대시켜 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21세기의 출발이며 우리는 그 역사적 과정의 일익을 책임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아베 정권이 그 진화적 의무를 역행하지 않기를 바라며, 중국의 경우에도 아시아에서의 발전적 의무가 20세기로 역주행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