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89> 떡잎과 배엽 ; 생명체 관점

bindol 2022. 11. 14. 08:11

떡잎 수로 나뉘는 속씨식물, 배엽 수로 나뉘는 동물계통

우리말로 잎은 한자어로 엽(葉)이고 영어로 맆(leaf)이다. 우째 발음이 비스무리하다. 우연일까 인연일까? 어쨌든 식물의 잎은 최초의 유기물이자 원천의 영양소인 포도당을 만드는 최첨단 고등 기관이다. 떡잎과 배엽의 연관성을 알고 나면 ‘알았다(Eureka)’ 소리가 절로 나온다.

떡잎이란? 떡처럼 생긴 잎이 아니다. 자고 나서 떡진 머리처럼 아무렇게나 뭉친 머리가 아니다. 떡하니 생긴 잎이다. 떡하니 생겨서 떡잎이다. 국어사전에 먹는 떡 말고 다른 떡이 있다. 떡: 훨쩍 바라지거나 벌어진 모양. 그런 떡 모양으로 벌어진 잎이 떡잎이다. 씨 안의 배아(胚芽)가 배젖을 먹고 발아하여 흙 위로 떡하니 벌어져 생긴 잎이다. 그러니까 떡잎은 씨로부터 본(本)잎이 본격적(本格的)으로 피기까지 중간 단계 잎이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단다. 세 개 이상 떡잎은 돌연변이다. 거의 다 하나 아니면 둘이다. 떡잎이 하나면 외떡잎(單葉) 식물이다. 벼 보리 옥수수 등 풀로 자란다. 나무가 되는 외떡잎 식물은 거의 없다. 떡잎이 둘이면 쌍떡잎(雙葉) 식물이다. 화려하며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나무는 거의 쌍떡잎 식물이다. 가장 원시적 식물인 이끼 등 선태(蘚苔)식물이나 고사리 등 포자식물보다 진화한 종자식물 중에서 겉씨식물보다 진화한 속씨식물에 속하며 속씨식물 중에서 외떡잎 식물보다 진화한 쌍떡잎 식물이다. 지구에서 가장 널리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으니 가장 진화에 성공한 쌍떡잎 식물일까?


식물은 떡잎으로 시작하지만 동물은 배엽(胚葉)으로 시작한다. 식물의 떡잎으로부터 동물의 배엽이라는 단어가 나온 거 같다. 식물에서는 암술과 수술이 합쳐져 씨가 된다. 씨가 발아하여 떡잎이 생기듯이 동물에선 난자와 정자가 합쳐져 수정란이 된다. 아직 분화가 안 된 무배엽 수정란 상태의 세포 덩어리로 살아가는 가장 원시적 동물이 해면(海綿)동물이다. 수정란이 내엽과 외엽으로 분화된 2배엽에서 자란 동물이 자포(刺胞)동물이다. 해파리 히드라 말미잘 산호 등이다. 수정란이 내엽 외엽 중엽으로 분화되어 각각의 기관이 자란 3배엽에서 자란 동물은 매우 다양하다. 촌충 등 편형(扁形)동물, 회충 등 선형(線形)동물, 윤충 등 윤형(輪形)동물, 지렁이 등 환형(環形)동물, 조개 달팽이 오징어 등 연체(軟體)동물, 곤충 거미 지네 새우 등 절지(節肢)동물, 불가사리 해삼 성게 등 극피(棘皮)동물, 멍게 창고기 등 척삭(脊索)동물이다. 척삭이 보다 단단한 지지대인 척추로 진화한 척추동물은 원구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로 나뉜다. 인간이 속한 포유류는 지구에서 가장 진화에 성공한 동물일까?

과연 쌍떡잎 식물과 3배엽 동물인 포유류가 진화에 가장 성공했을까? 인간의 관점에선 그렇겠다. 그런데 생명체 진화가 꼭 발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인류세 6차 대멸종 후 옥수수가 살아남았다면 쌍떡잎이 아니라 외떡잎 식물이, 해파리가 살아남았다면 3배엽이 아니라 2배엽 동물이 진화에 성공한 거다. 생명체 관점에선 발전이나 진보가 아니라 멸종 않고 생존하는 게 성공한 거니까 하는 말이다. 인간 관점의 포커스 프레임 패러다임을 벗어날 일이다. 그래야 귀퉁이 사실과 팍팍한 현실 너머 정말로 진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