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아기 기르는 아빠

bindol 2022. 11. 15. 08:45

[이규태 코너] 아기 기르는 아빠

조선일보
입력 2003.01.13 20:10
 
 
 
 


일전 미국 하원 제108회의 개원식이 진행되고 있는 의석에 한 젊은 아빠
의원이 넉 달된 딸아기를 안고 우유를 먹이고 있는 사진이 보도됐다.
구미사회에서는 그러려니 했겠지만 유별사상이 혹심했던 한국사람에게는
세상 달라져 가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다. 30여년 전 스웨덴에 갔을 때
유모차를 밀거나 공원 벤치에서 우유병을 물리거나 개처럼 상체를 엮은
가죽끈으로 아이를 몰고 다니는 것은 거의 남자인 것을 보고 '할 일
없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라'는 한국 속담이 생각나 '스웨덴에는
실업자가 많기 때문인가' 하고 우문(愚問)을 던졌던 기억도 난다.

이미 스웨덴에는 아버지의 90일간 육아휴가가 제도화돼 있었고
아버지들의 육아파업 금지법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중학교에서는
남학생들에게 아기 울음소리 식별이며 기저귀 가는 것까지 가르치고
있었으며, 장관실에서는 육아휴가 중이라는 표찰이 붙은 것을 보았다.
당시 노동장관인 아르마크가 두 아이 기르는 데 손이 모자란다고
장관직을 사임까지 했던 기억도 난다.

아기 기르는 데 모자(母子) 밀착도(密着度)가 성긴 종족으로 인도네시아
아롤르섬 사람을 든다. 여자들이 농사를 주로 짓는 이 섬에서는 돼지를
기르는 아버지에게 아기를 떠맡기고 어머니는 종일 밭에서 산다.
아버지가 아이를 기르는 사회라 하여 연구대상이 돼 왔는데, 이
섬사람들은 곧잘 불신과 적의(敵意)를 품고 자신이나 자발성의 결여,
체념과 절망을 쉽게 하나 맺고 자르는 부성원리(父性 原理)가 작용,
도덕적 공적으로 성숙한다고 보고되었다.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생리적
틀을 갖추고 태어나려면 21개월은 어머니 뱃속에 있어야 하며, 태어나서
두 살까지의 뇌세포 형성 분량은 두 살에서 스무 살까지의 뇌세포 증식과
맞먹는다 하여 아빠 양육문화에서도 생후 1년은 어머니가 기르는 것이
상식이 돼 있다 한다.

서양에는 유모차·요람·아기구덕 같은 모자(母子) 격리 양육기구가
발달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포대기·띠 같은 모자 밀착 양육기구가
발달했고, 이 세상 없는 데 없는 아기구덕이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에만 없다는 것은 모자 밀착도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방증인 데다 아버지들의 가사소외(家事疏外)라는 유교문화가 가중된
한국인의 육아풍토에 변혁이 진행 중임을 실감케 하는 작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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