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하와이 아리랑’
'날 버리고 가시는 임,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나라'는 아리랑은 정든
임을 보내는 이별의 노래이듯이 세계적 민요인 '알로하오에'는 하와이
아리랑이다. 하와이 왕조의 마지막 여왕인 리릴워카라니가 공주 적에
은밀히 사랑했던 보이드 중령과 밀회하러 가는데, 그 연인이 예쁘게 생긴
이웃에 사는 원주민 아가씨와 격렬한 포옹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둘
사이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확인한 공주는 흔들리는 감정이 콧노래를
타고 나왔고 궁전에 돌아오기가 바쁘게 그 콧노래를 채보(採譜)한 것이
바로 알로하오에다.
작곡한 지 3년 후 오빠인 임금이 죽자 이를 계승하여 왕위에 오른 여왕은
미국의 거센 합방 물결에 휩쓸려, 나라는 빼앗기고 연금을 당하고 만다.
그녀는 1917년까지 호놀룰루에서 한 노파로 살다 죽었는데, 합중국이 이
마지막 여왕에게 베푼 혜택은 그녀가 살았던 궁전에서 알로하오에를
작곡했던 피아노와 더불어 살게 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고 보면
알로하오에는 은밀히 사랑했던 연인에 대한 결별뿐이 아니라 멸망하는
왕조에 대한 결별이며, 마지막 여왕으로서 백성에 대한 결별의
노래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 더욱 하와이 망국의 시기가 한국 망국의 시기와 비슷하여 정든
조국을 떠나온 하와이 이민들이 작업 중에 즐겨 불러 나라 빼앗긴 울분을
무산시켰던 알로하오에였다. 초기 하와이 이민들은 새벽 5시 반에서 오후
4시 반까지 10시간 노동을 했는데 그 중 30분만이 점심시간일 뿐 나머지
시간은 사탕수수밭에서 허리를 세워서는 안 되는 고된 감시노동을
당했었다. 독일인 감독은 10m까지 뻗는 채찍질로 몸에 상처를 냈으며,
사람도 아닌 번호로 통제되고 월수입은 한 달에 16달러였다. 이렇게
허리를 펴지 못하고 일하다 누군가가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하면 이심전심
합창이 되고 합창 사이로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곤 했다. 이에 아리랑
금지령이 내렸고, 아리랑 대신 하와이 아리랑인 알로하오에가 자리잡아
나라 빼앗긴 설움, 고향 떠난 설움, 그리고 채찍에 휘감긴 아픔을
무산시켰던 것이다. 이 알로하오에가 한국에 흘러들어 '하와이
아리랑'으로 유행,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민족의 아픔을 공감했던
것이다. 100년 전 오늘 맨 첫 한국 이민선이 하와이에 도착한 날인지라
새삼스러워지는 알로하오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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