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다산왕
고금을 통틀어 아이 많이 낳은 다산왕을 뽑는다면 전라·경상·충청
삼도의 이을목 지리산 자락에 살았던 흥부 마누라를 들 것이다. 흥부
굶다못해 놀부집에 곡식을 구걸하는데 「돈 한 푼 못 벌고 원치 않은
자식 스물다섯ㅡ」 하자 놀부 뒤로 물러앉으며 군소리로 흥부 마누라를
겨냥 「계집년 생긴 것이 눈이 벌써 음녀(淫女)거든ㅡ」 한다. 흥부 나이
40인데 스물다섯이나 낳았다면 합리화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한 해에 한
배씩 한 배에 둘셋씩」 낳은 것으로 사설에 나온다. 이 많은 아이 입힐
옷이 있을 수 없으니 낡은 멍석 한장 구해다 크고 작은 구멍을 세줄로
뚫어 목만 꿰어 놓으니 한 놈이 측간에 가면 스물네놈이 따라간다.
이처럼 자식 많은 것은 가난과 직결된 철천지 한이었고 우리 한민족의
고질이었다. 한데 지금은 OECD국가들의 평균출산율인 1.7명보다 한결
밑도는 1.3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프랑스 국력 쇠퇴의 제1 원흉으로
출산율 저하를 들 듯이 국력뿐 아니라 국방, 교육, 주택을 비롯 각종
복지에서 후진국으로 추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아이 많이
낳으면 수당을 주고 세금을 줄여주며 심지어 푸짐한 상품이 따른
다산왕을 공모하는 등 흥부신드름이 부활하고 있다.
고려 때도 인구감소를 우려한 제도적 대책을 둔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원(元)나라 사람들이 많이 내려와 고려 여인들과 결혼해 북으로 데려가
아이를 낳는 바람에 국력쇠퇴론이 대두되었었다. 이때 박유라는 재상이
우리나라 운세가 천삼지팔(天三地八)로 여다남소(女多男少)한데 원나라로
국력이 흘러가니 이를 막기 위해 일처일서처다첩(一妻一庶妻多妾) 제도를
공식으로 제의했다가 재상부인들의 등쌀에 망신만하고 말았다.
한말까지 함경도 국경지방에 재가승촌(在家僧村)들이 있었는데 그 내력은
이렇다. 병자호란의 화의조건으로 젖 큰 대유녀(大乳女) 3000명을 차출
청태종의 고향인 만주 영고탑(寧古塔)에 살게 해 인구를 번창토록
했다. 유방이 크면 아이 많이 낳는다는 것은 당시의 상식이었으며 이들이
그후 분산해 재가승촌을 이루었다 한다. 워낙 먹고살기 좁은 국토인지라
인구과잉이 문제돼 왔을 뿐 이같은 해프닝 이외에 역사에 없었던
출산장려시대를 맞고보니 무상감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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