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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칼럼] 이태원의 ‘정치 무당’, 대장동의 ‘돈 저수지’

bindol 2022. 11. 18. 05:24

[박정훈 칼럼] 이태원의 ‘정치 무당’, 대장동의 ‘돈 저수지’

참사 현장에 몰려와 정치·이념 범벅의 굿판을 벌이는 ‘자칭 진보’ 무당들…
그들이 빨대 꽂은 이익의 저수지가 너무도 많다

입력 2022.11.18 01:05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친야 인터넷 매체가 명단 공개 직후 광고성 떡볶이 먹방을 해 논란을 키웠다. 이들은 방송에서 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떡볶이 판매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유튜브 '더 탐사'

8년을 우려먹은 진보 진영의 ‘세월호 팔이’는 이제 갈 데까지 간 느낌이다. 시민단체들이 세월호 피해자를 돕겠다며 안산시에서 지원받은 세금을 엉뚱한 곳에 쓴 사실이 드러났다. 김일성 우상화 세미나, 김정은 신년사 공부며 작은 음악회, 아파트 먹방, 다이어트 강좌, 커피 바리스타 교육 등에 몇 백만원씩 지출한 사례가 수두룩했다. 층간 소음 방지 슬리퍼를 단체 구입하고, 요트 타고 노는 데 쓴 곳도 있었다. 민주당 소속 시장들이 뿌리고 이른바 진보 단체들이 받아 썼다. 그렇게 세월호와 관련 없는 곳에 쓴 돈이 수십억원에 달했다.

사회적 비극에 기생(寄生)하는 세력들이 있다.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몰려드는 ‘자칭 진보’ 운동가들이 참사 현장마다 진 치고 판을 벌이고 있다. 어떤 정치인의 비유대로 이들은 ‘정치 무당’이라 불리는 것이 적합하다. 죽은 이의 영매(靈媒)를 자처하며 정치 범벅, 이념 범벅의 굿판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뒤로 자기 이득을 취하는 것이 굿해주고 복채 받는 무당과 다르지 않다. 이들이 모든 사건에 다 달려드는 것은 아니다. 29명이 희생된 제천 화재(2017년), 38명이 사망한 밀양 참사(2018년) 등은 못 본 척한다. 오로지 보수 정권에서 터진 사건에만 선택적으로 집착한다. 그래서 ‘정치’ 무당이다.

정치의 냄새는 ‘그분’을 향해 치닫고 있는 대장동 사건에서도 진동하고 있다. 성남 시민 몫이어야 할 개발 이익 수천억원이 대장동 일당에게 가고, 그 일부가 정치 자금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무성하다. 흐름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정무실장이 사건의 핵심을 짚어 주었다. 검찰 공소장 등을 재구성하면 2015년 그와 대장동 일당의 보스 격인 김만배씨 사이에 이런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너네 지분이 30%가 되니까 필요할 때 써라. 잘 보관하고 있을게.”(김씨) “뭐 저수지에 넣어둔 거죠.”(정실장)

이 ‘저수지’라는 단어 하나에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왜 성남시는 대장동 일당에게 무조건 이익 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 주었을까. 관련자 증언을 종합해보면 합법성을 가장한 자금 풀의 조성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 특혜의 대가로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정치 자금의 물 탱크를 만들려 한 것이다. 김만배씨가 약속한 금액은 428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 측근들은 선거 때마다 저수지에서 돈을 인출하려 했다. 2014년 성남시장 선거 때 유동규씨는 “총알이 필요하다”며 3억원을 만들라고 했다. 작년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경선 자금 용도로 20억원을 요구했다, 김만배씨가 제때 현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정진상 실장이 “이 사람 정신 나갔다”며 화 내기도 했다.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에서 빼낸 돈 중 148억원은 어디로 갔는지 용처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적지 않은 액수가 ‘저수지’로 흘러갔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

좌파 세력이 구축한 이익의 저수지는 곳곳에 있다. 박원순 시장 10년간 서울시는 시민단체의 현금 인출기 역할을 했다. 서울시 금고에 빨대 꽂은 등록 단체만 무려 2300개였다. 인건비·운영비 태반을 서울시에 의존하는 단체가 수두룩했다. 그렇게 지원된 세금이 10년간 1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취임한 오세훈 시장이 지원금을 삭감하자 1000여 개 단체가 들고 일어나 연대 투쟁에 나설 정도였다. 서울시 저수지에 기생하던 좌파의 먹이 사슬이 이토록 광범위했다.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정책은 태양광 카르텔을 먹여 살렸다. 당시 서울시가 발주한 베란다형 미니 발전소 사업의 45%를 친여 업체 3곳이 싹쓸이해 특혜 논란을 불렀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운동권 대부,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 출신 등이 주도·설립한 조합들이었다.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겠다며 기부금 등을 모은 뒤 개인 계좌로 빼돌려 외식·마사지 등에 쓴 혐의가 드러났다. 할머니들을 위해 만든 쉼터를 별장처럼 이용하며 삼겹살 파티를 열기도 했다. 윤 의원에겐 위안부 사업이, 586 운동권에겐 태양광이 돈 나오는 굿판이자 저수지였다.

흥행되는 곳을 찾아다니는 정치 무당들에게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에 이은 또 하나의 초대형 굿거리다. 유족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데도 피해자 명단과 영정을 공개하라며 풍악을 울려대고 있다. 죽음을 확대 재생산해야 정치적 영향력이 생기고 이득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급기야 유시민씨 등이 주도했다는 친야 매체가 명단 공개를 강행했다. 또 다른 매체는 명단 공개 뒤 떡볶이 광고 먹방을 해 참사를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논란을 빚었다. 비극을 먹고 사는 정치 무당, 그들이 빨대 꽂은 이익의 저수지가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