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송이
철의 장막이나 죽의 장막 등 공산사회가 서방측에 장막을 거둘 때에는 그
앞에 앞서 가는 동·식물이 있다. 중국이 일본 앞에 장막을 거둘 때는
팬더가 앞서 갔듯이 북한은 방북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송이를
선물했고, 이번에 남한에 와 산업시찰을 하고 있는 북한 대표단이 가져온
것도 100상자의 송이다. 무슨 저의가 있거나 선물로서가 아니라 장막을
거두는 전주곡으로서 역사에 남는 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헌에 보면 소나무에는 암(雌)나무와 수(雄)나무가 있는데 송이는
암나무 그늘 아래에서만 돋아난다 했다. 서쪽나라로 갈수록 수소나무가
많아 중국에는 송이가 드물고 따라서 귀물도 아니며 문헌에 나오는 송이
기사도 빈약하다. 진인옥(陳仁玉)의 「균보(菌譜)」에 소나무에서 난 것
치고 귀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고, 송진이 굳어 호박(琥珀)이 되고
소나무 뿌리에 기생 송이가 되어 은둔한 지사들이 그로써 연명했다는
것이 고작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암소나무가 많아서인지
「동의보감」에 송이는 나무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 으뜸이요,
설사·마마(천연두) 그리고 산후의 후유증에 송이가 좋다는 등 기록과
구전이 적지 않다. 속요(俗謠)에도 송이는 긍정적으로 등장한다.
쌀·보리는 그 열매를 치고 매화·국화는 그 꽃으로 치는데, 송이는
열매도 꽃도 아닌 것이 깊은 산중 안개 속에 솔잎으로 몸을 가려
드러내지 않고도 그 향은 수십리 밖에 떨친다 했고, 먹으면 그 향이
살갗으로 스며나오고 그 살결은 선녀의 사타구니처럼 희어 먹으면
청렴결백 마음까지 희어진다고 했다.
송이를 캐고 보면 그 뿌리 아래는 안개같이 가는 수염이 엉겨 있어 이를
거둬다 송라(松蘿)와 섞어 두건을 엮어 씀으로써 속세를 등진 은둔자의
표식으로 삼기도 했으니 송이는 고고한 정신철학의 대변자이기도 하다.
송이 보관에는 그 송이를 캔 소나무 아래의 흙을 가져다 그 흙 속에 묻어
바로 그 소나무 솔잎으로 덮어두면 오래간다 했다.
바람기 있는 여인더러 「송이 내 맡았느냐」고 빗대는데 바로 송이의
생김새가 남성의 성기를 닮은 데 유감(類感)시킨 것일 게다. 일본에서
여자의 꼴불견으로 퍼져 앉아서 송이 먹는 것을 드는 것이며, 점잖은
일본 상류층에서는 마쓰다케(송이)라 부르지 않고 하마쓰라고 별칭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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