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하멜 트레일
내년은 화란 선원이었던 하멜 일행 36명이 제주도에 표류한 지 350주년
되는 해로 화란대사관에서는 그 기념 사업으로 일행이 더듬었던 길을
따라 여행하는 관광코스 '하멜 트레일'을 개발하기로 하고, 관계 사적
발굴 및 표시판 등 관계 시·군과 교섭하고 있다 한다. 표류해안을 떠난
이 일행은 대정(大靜) 고을에서 1박, 작은 성과 무기고 그리고 병졸이
주둔하고 있는 차귀포(遮歸浦)에서 아침밥을 먹은 후에 정오에 목사가
있는 제주에 당도한다. 객사의 대청마루 앞에서 따끈한 탕 한 사발씩
내리기에 독약인 줄 알고는 마지막이구나 하고 통곡을 하며 마셨다 했다.
제주목사인 이원진(李元鎭) 앞에 낱낱이 불려가 심문을 받고 '국왕의
숙부가 유배되어 살다 죽었다는' 건물에 수용되었다. 아마도 광해군이
유폐당했던 건물이었던가 보다. 많았던 부상자들이 극진히 진료를
받았는데 '그리스도 교도로서 낯부끄러울 만큼 이교도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 하멜은 적고 있다.
하멜 이전에 경주 근해에 표류했다가 한국여인과 아들딸 낳아 살고 있던
화란인 웰테플레가 통역관으로 내려왔고 일본으로 송환해달라고 애원하는
일행에게 '너희들이 새라면 몰라도 외국인은 나라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살다보면 정붙이고 살 만한 나라다'고 절망과 희망을 주기도
한다. 국왕의 명령이 떨어져 조천포(朝天浦)를 출항, 해남 근해에
도착한다. 배 속에서도 도망치지 못하게끔 양다리와 한 팔을 선체에
결박한 채였다. 영암으로 가는 도중 부상 선원 하나가 죽어 일행이 보는
가운데 매장한다. 나주·장성을 거쳐 입암산성(笠岩山城)이라는 높은
고개를 넘어 정읍∼금구∼전주∼여산∼은진∼연산∼공주를 거쳐 화란의
마스강만큼 큰 강인 한강을 건너 서울에 든다.
효종 앞에 불려가 화란 춤과 화란 노래를 피로하고, 조선옷 한 벌과
화란옷 한 벌씩 해입으라고 베를 하사받았다. 서울에 있어 이들 유적은
그들 숙소였던 적선방(積善坊)의 사역원(司譯院)과 그들이 근무했던
동대문운동장인 훈련도감, 그리고 청나라 사신의 눈에 띄지 않게끔
격리시켰던 남한산성과 청나라 사신일행에게 돌아가게 해달라고 읍소했던
홍제동 다리를 들 수 있다. 탈출 이전에 분산수용됐던
강진(康津)·작천(鵲川)의 전라 좌수영 그리고 남원·순천에서 그
연고지를 찾아 관광자원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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