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외국인 윤락

bindol 2022. 11. 18. 06:10

[이규태 코너] 외국인 윤락

조선일보
입력 2002.10.25 20:04
 
 
 
 


개화기 서울 진고개에 감인(甘人)으로 불리는 외국 여인들이 있었다.
겉으로는 중국 상하이·톈진 등지에서 밀수해온 양화장품 파는
여인이었지만 속으로는 인신을 파는 국제 창녀였다. 난봉꾼들에게는
예쁘고 달콤하기에 감인으로 불렸다고도 하나, 밤거리 희미한 불빛 아래
다리를 꼬고 앉아 '컴인! 컴인!'하고 유객한다 하여 감인으로 불렸다는
설이 맞는 것 같다. 이들은 인천 개항과 동시에 중국에서 이주해온 백계
러시아 여인들로, 주로 청나라 상인들이나 뱃사람들을 상대로 몸을
팔다가 감인으로 토착했다는 설이 있다. 백계 러시아인이란 러시아
서북부에서 살아온 슬라브 민족으로 몽골 지배 때부터 이산하여
제정러시아·공산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체제에 불응하여 인근 국가들에
흩어져 살아왔던 비운의 러시아인들이다.

일설로는 개화기 상하이에서 모집해온 외인부대에 묻어온 서양 여인들이
감인의 시초라는 설도 있다. 고종 황제께서 아관파천으로부터 덕수궁으로
돌아왔을 때 근신들을 믿지 못하여 신변 경호를 위해 외부고문인
그레이트 하우스로 하여금 상하이에 가 외인부대를 모집해 오게 했다.
미국·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인 등 30명을 모집해 들여왔는데 본이
부랑자들로 품행이 불량하여 여염집에 피해가 미칠까봐 서양 여자들을
데려온 것이 감인의 시초라기도 한다.

역사를 소급해 오르면 윤락 외국인은 법률 이전에 가혹한 제재를 가했다.
왜인의 통상 기지였던 삼포(三浦)에 왜란이 일어난 요인 가운데 하나가
그에 대한 반발이었다. 범월잠간(犯越 奸)이라 하여 왜인 거주 지역에
몰래 침입하여 몸을 팔게 하는 뚜쟁이가 있었으며, 매춘 사실을 알면
분노한 백성들이 잠간한 왜인을 잡아 사형(私刑)을 가하는데 목을 베어
매달아 놓고 그 끈을 활을 쏴 끊어 땅에 떨어지게 하곤 했다. 조선조의
형사 판례집인 '추관지'에 보면 왜관에 잠간시킨 뚜쟁이와
국제창녀들은 왜관 네모퉁이에 산발한 채로 효수(梟首)해 놓는 바람에
왜관측에서 공식으로 항의하곤 했다. 지금 필리핀 여인들을
연예활동시킨다고 데려와 윤락을 강요함으로써 국제망신을 하고 있다.
외국인 윤락을 둔 한국의 역사와 정신은 법을 초월한 단호한 것이었음을
미루어 다가와 있는 국제화시대의 선례가 되게끔 본때를 보이는 척결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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