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酒道 강의
폭음과 주사(酒邪)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하는 자질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자 연세대학교에서는 이번 2학기 교양선택 과목으로
주도(酒道)를 채택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신입생 환영 잔치에서 자주
발생하는 폭음 치사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음주문화의 바른 정립을 위한 것이라 한다. 음주에는 좋은
면이 많지만 이를 가리고 있는 나쁜 면을 밀쳐내려는 주도의 역사는
유구하다. 이미 '논어'에서 마시더라도 난잡해지지 말아야 한다 했고
'채근담'에 꽃은 반만 피는 것이 좋고, 술도 반만 취하는 것이 좋다
했으며 '안자(晏子)'는 술이 머리에 미치기 이전까지만 마셔라 했다.
머리에 미치면 허세가 밀려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 주도 가운데 술 취하는 과정을 긴장된 입이 풀리는
해구(解口), 곰보도 예뻐보이는 해색(解色), 억눌려 있던 분통이나
원한이 풀리는 해원(解怨), 인사불성이 되는 해망(解妄) 4단계로 보고,
해구나 해색 정도에서 넘어서지 않는 것이 주도다. 또한 전통 주법에 세
가지 계명이 있었다. 그 하나는 서양 사람처럼 밤낮 때 없이 마시지 말고
저녁에만 마시라는 유시계(酉時誡)다. 유시는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다.
그렇게 유(酉)에만 마시라 해서 술 주(酒)라는 해석도 있다. 또한 12일
만에 돌아오는 유일(酉日)에만은 금주하는 것이 주도인데 이날 술을 처음
만들었다는 두강의 기일이라는 것이 명분인데 요즈음 휴간일(休肝日)을
합리화하는 것이 된다. 그 두 번째는 술을 마시고는 물을 마셔 입안과
식도를 씻어내리라는 현주계(玄酒誡)다. 한나라때 술자리에는 물통
하나를 들여놓고 술을 마시고 물을 떠마시게 했는데 이를 현주라 했다.
영의정 이양원(李陽元)은 술을 무척 좋아했는데 한 잔 마시고는 반드시
물을 마셨다.
세번째는 석 잔 이상 마시지 말라는 삼배계(三杯誡)다. 세종이 내린
계주교서(誡酒敎書)에 이를 태조께서 건국 후 풍속으로 정착시키라
태종에게 명한 주도라 명시했고, 술 좋아하는 윤회(尹淮) 등 학사들에게
석 잔 이상 마시지 못하게 엄명을 내렸는데 어명은 지켰으되 그 잔이
양푼보다 더 커지는 바람에 삼배계를 내리지 않은 것만 못하구나 했다
한다.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태 코너] 金배 銀사과 (0) | 2022.11.20 |
---|---|
[이규태 코너] 북한 축구 (0) | 2022.11.20 |
[이규태 코너] 예술 치료 (0) | 2022.11.19 |
[이규태 코너] 모차르트 鎭魂曲 (0) | 2022.11.19 |
[이규태 코너] 왕조실록 蜜蠟本 (0) | 2022.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