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모차르트 鎭魂曲
이승과 저승 사이에 중공(中空)이라는 중간 공간이 있다는 생각은
동서가 다르지 않다. 사람이 제명에 죽지 못하면 그 원한 품은 영혼이 이
중공에서 울어 헤매는 것으로 알았다. 그리하여 이 원혼을 달래는
진혼(鎭魂)문화가 나라마다 발달했다. 희랍 앞바다에는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을 유인하여 빠져 죽게 하는 세이렌이라는 요정이 있는데 제명에
죽지 못한 원혼들의 화신(化身)이다. 슈베르트의 가곡에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리타나이」도 바로 바이에른 지방의 시집 못가고 죽은
아가씨들의 원혼을 달래는 진혼곡에서 그 주제를 암시받은 것이다.
월남에는 마을마다 암충신이라는 당집이 있는데 미명의 혼을 불러서
달래는 당집으로 아오자이 아가씨들이 시나몬의 향을 피우며 「억울함을
나에게 나눠주고 그 때문에 못이룬 긴 잠에 편히 드시라」고 외우는
기도문은 차라리 진혼곡이라는 편이 옳았다. 우리 나라의 무당굿인
오구굿 해원굿 씻김굿 살풀이굿 등 무당의 무가(巫歌)가 모두 이 망인의
이승에서의 원한을 풀고 저승에서의 영생안락을 기원하는 진혼곡이다.
오늘 뉴욕 무역센터의 자폭 테러 한 돌을 맞아 그 많은 미명의 원혼들을
위한 진혼미사를 미국을 비롯, 전 세계 교회에서 동시에 올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진혼미사곡으로 통일된 것이 모차르트의 진혼곡이다.
음악가 쇼팽이 죽었을 때 열사흘 동안이나 꽃에 묻힌 채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임종에서 모차르트의 「진혼곡」으로 장례를 치러달라고
유언했는데 교회 합창단이 소년 소프라노를 졸지에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끝내는 교회측이 굴복, 여성의 혼성 합창을 허락하여 장례를
치렀던 것이다. 교회는 천상, 지상 그리고 생자 사자의 접점이다. 그
현장에서 사자의 혼을 천국에 들게끔 하는 미사를 올렸고 그때 부르는
합창곡이 진혼곡이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대관식을 올렸다던 프랑크푸르트의 대성당에서
유명한 드레스덴 성십자가교회 소년 합창단의 모차르트 진혼곡을 들은
일이 있는데 그 장엄함에 압도되어 흑흑 우는 청중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모차르트가 이 진혼곡의 키리에 부문을 작곡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울었다던데 그만큼 영혼에 심금과 조율되는 진혼곡이요, 그것이 이날
테러 그 순간에 맞추어 전 세계에서 울려퍼진다 하니 사상 최대의 영혼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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