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指紋 소송
지문 날인은 국민을 예비 범죄인 취급하는 기본권침해라는 시민단체의
거부운동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가지고 있는 지문의 폐기를
요구하는 한 시민의 소송이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테러 방지에 고심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중동의 이슬람국가들을 비롯,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나라 사람들의 미국 출입에 지문을 찍도록 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다. 범죄 가능성 국가가 35개국에 이르며 반미 운동이 심해지는
나라는 추가될 것이 예상된다.
지금은 범죄 예방과 수사에 주로 쓰이고 있지만 지문의 뿌리는 신성한
것이었다. 우리 옛 조상들이 신불에게 빌 때 조선종이에 그 염원을 적고
손바닥 도장(掌印)을 찍었다. 빌고 난 다음에는 불을 붙여 소지( 紙)를
했다. 지문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신이 그
사람에게 그 사람 동일임을 증명하도록 한 유일하고 신성한 흔적」이라
말한 것처럼, 지문을 하늘에 계시는 초월자에게 자신을 입증하는
수단으로 써왔던 우리 조상들이었다.
벼슬살이로 멀리 떨어져 살았던 처첩들이 안부 편지 보내거나
기첩(妓妾)이 사랑의 불변을 다질 때 그 편지 말미에다 자신의 손도장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곧 사랑이나 정신을 대행했던 지문이기도 하다.
지문은 소용돌이 무늬(渦狀)·말굽쇠 무늬(蹄狀)·활 무늬(弓狀)로
대별되는데 열 손가락 가운데 어떤 무늬가 몇 개씩 있고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을 가늠하기도 했고 성격을 가늠하기도 했다. 옛 뼈대있는
가문에서 혼담이 오가면 예비 신부의 열 손가락 지문을 찍어 보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자궁 모양의 말굽쇠 무늬와 입구가 막힌 소용돌이
무늬의 다과로 아기 잘 낳고 못 낳고를 가늠, 정혼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지문이 재산소유의 증빙으로 쓰였던 것은 낙랑시대로 소급된다.
봉니(封泥)라하여 지문이 찍힌 진흙도장이 그것이다. 개화기까지만 해도
재산 매매문기에 사나이들은 화압(花押)이라 하여 서명을 하는데 여인이나
노비(奴婢)들은 이름이 없었기 때문인지 좌촌(左寸)이라 하여 왼손
손가락 첫 마디의 지문을 찍거나 손바닥 도장을 찍어 동일인임을
나타냈다. 18세기 이래로 영국과 미국에서 범죄 예방과 수사에 지문을
쓰기 시작, 기본권과 민족차별에 이용돼 온 것이다. 지문소송은 후진적
잔재의 돌출로서 그 판결이 주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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