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冷房 백년
미국인 캐리어가 에어컨을 발명한 지 올해로 100년을 맞는다. 여름의
무더위로 종이의 수축이 심해 인쇄가 제대로 되지 않자 업자로부터
무더위를 쫓는 장치를 의뢰받고 뜨거운 물을 돌려 난방하듯이 차가운
물을 돌려 냉방이 안될 리 없다는 단순사고로 발명해낸 것이 에어컨이다.
이 에어컨의 원리는 이미 기원전 중국에서 실용화하고 있었다.
한나라 영제(靈帝)는 여름을 나유관(裸遊館)이라는 에어컨 설비가 잘 된
이궁에서 지냈다. 물을 끌어 그 궁안에 돌리고 잎이 한길이나 되는
연꽃을 심어 그 연꽃잎 틈으로 작은 배를 돌려 물을 뿌리게 했다.
물줄기가 연잎에 닿으면 냉기를 뿜어 그 공간이 냉방되었고 그도 모자라
14세에서 18세 사이의 몸이 차가운 동녀들을 모아 옷을 벗겨 어전에 놀게
해서 나유관(裸遊館)이니 육체 냉방까지 한 셈이다. 후대에 양귀비의
세도그늘에서 호사를 다했던 오라버니 양국충(楊國忠)이 겨울에 몸이
따뜻한 여인들을 둘러놓고 방을 덥혔다던 육진(肉陣)난방도 나유관
냉방에서 발상한것일 게다.
이미 한나라 이래로 궁전에는 삼복을 내는 양전(凉殿)이 있었는데 네
구석에 얼음으로 산을 조각해 세우고 수격선차(水激扇車)로 물을 뿌려
공기를 차게 하는 부채수레를 돌렸다. 「구당서(舊唐書)」에 서융(西戎)
불림국에는 찬물을 벽틈에 돌려 물 흐르는 소리만이 들리는 냉방을 하고
산다 했다. 그 밖에도 이색 냉방술이 다양하게 발달했었다.
용피선자(龍皮扇子)라 하여 황해에서 나는 특수 생선 가죽을 좌중에
놓아두고 물을 뿌리면 냉이 발산하는데 신라의 스님이 섬에서 구한
것이라 했고, 더운 바람을 맞으면 찬바람을 일으키는 영령지초(迎
之草)도 있는데 그 잎이 고죽(苦竹)과 같다 했다. 페르시아에는 빙잠(氷
)이 있어 그 누에고치 실로 옷을 지어 입으면 더위를 모른다는 피서
드레스도 있고, 남방에 사는 냉사(冷蛇)라는, 얼음처럼 차가운 뱀이
있는데 이를 배에 감고 여름을 나는 괴기(怪奇)피서도 있었다.
위(魏)나라 명제(明帝)는 색다른 금수(禽獸)를 좋아했는데 그 중 진주와
거북이 골만 먹고 좁쌀 같은 금부스러기를 배설하는 새가 있어 이
부스러기를 녹여 그릇을 만들어 썼는데, 음식을 담으면 차가워지는
냉동기로 천자가 애용했다 한다.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태 코너] 뻐꾸기 인간 (0) | 2022.11.21 |
---|---|
[이규태 코너] 禁女 解制 (0) | 2022.11.21 |
[이규태 코너] 殺生 文化考 (0) | 2022.11.21 |
[이규태 코너] 샹그릴라 (0) | 2022.11.21 |
[이규태 코너] 三世同業 (0) | 2022.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