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殺生 文化考
동물 실험으로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300만 마리가 희생되는 동물생명
존중 측면에서 후진국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이
동물에게도 동물권이 있는데 그런 개념이 박약하기에 동물 실험을 둔
관련법도 없어 살상이 남용되고 있다. 한국 민중의 심성 가운데는 몇
세기를 지배했던 불교의 살생계(殺生戒)가 녹아 있어 동물 목숨을 사람
목숨과 동일시하는 문화가 저변에 깔려왔다. 이를 테면 우리 조상들 산길
갈 때 짚신을 갈아신고 떠나는 관행이 있었다. 짚신 삼으면서 삼는
지푸라기 올을 쫀쫀하게 하느냐 느슨하게 하느냐로 삼합혜(三合鞋)
오합혜 칠합혜가 있는데 느슨한 놈으로 갈아신고 떠나는 이유는 산길
가다 밟힐지 모르는 벌레를 죽이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겨울에 이를 잡더라도 이를 죽이지 않고 대나무 통에 잡아넣어
얼어죽지 않게끔 방안에 놓아 두었다가 이튿날 뜰의 과목에 매어달아
둔다. 그럼 기어나가 벌레가 되어 날아가는 것으로 알았다. 그 대나무
통을 보살통(菩薩筒)이라 했으니 불심의 동물 생존권에의 영향을
말해주는 것이 된다. 겨울에 해충구제를 그렇게 했다면 여름의
해충구제도 매한가지였다. 모깃불을 피워 쫓거나 그래도 극성을 부리면
부모곁에 웃통을 벗고 한방에서 자면서 모기·빈대·벼룩으로 하여금
배를 불리므로써 부모에게 대들지 못하게 하는 조문효도(蚤蚊孝道)를
했다. 해충이라 해서 죽이지 않았던 조상인지라 여타의 생명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잡아먹기 위해 기르는 닭도 살생을 두고 선별했다. 닭 가운데는
반닭(班鷄)이라 해서 모이를 주어도 나뭇가지 위에 고고하게 서서
달려들지 않고 닭집에도 여느 닭이 다 들어간 다음 나중에 들며 닭 쫓는
강아지가 있으면 용감히 대들고 병아리 채러 드는 독수리도 무서워
피한다는 양반닭이다. 이 반닭은 잡지않는 것이 도리가 돼 있었으니
금수(禽獸)에게까지 덕목을 인정해 존중했던 조상들이었다. 겨울 새를
위해 감을 다 따지 않고 남겨두는 까치밥 문화며 산에 가 밥을 먹을 때면
고수레라하여 음식을 던져 산중에 사는 금수와 공식(共食)하는 문화도
바로 동물 생존권을 보장하는 문화의 나타남이다. 그런 동물애호
선진국이 후진국으로 추락했음은 고금 문화단절의 한 서글픈 단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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