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八角 神宮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난 경주 나정(蘿井)은 돌담으로 둘러싸
사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 담이 낡아 보수하는 과정에서 팔각형의
목조건물 기단(基壇)을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변 길이가 8m요 총
건물폭이 20m인 신당(神堂) 건물로 박혁거세를 모셨던 신궁(神宮)터로
추정하고 있다. 신라 건국 이전의 서라벌에는 육촌(六村)이 있었는데
그중 고허촌장 소벌공이 나정 옆 숲 사이에 말이 무릎꿇고 있는 것을
보고 가보았더니 홀연히 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다란 알 하나가 있어
깨어보니 아이가 태어났고 이 아이가 후에 신라시조가 됐다고
「삼국사기」는 적고 있다. 나정으로 추정된 곳에 가로 세로 1m 남짓의
화강암 돌을 덮어 박혁거세가 태어난 현장사적으로 삼아내렸던 것이다.
이 팔각구조물이 여태까지 소재를 모르고 있던 시조 신궁일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삼국사기」 소지(炤知)마립간 9년에 시조가
탄생한 나을(奈乙)에 신궁을 지었다 했는데 나을은 시조가 알에서 태어난
나정일 것이다. 「울」은 속이 텅 비고 위가 터진 구조물의 가장자리를
뜻하기에 나울-나을-나정으로 바뀌었음직하다. 박혁거세가 돌아가시고
남해왕이 즉위, 3년 봄에 시조묘(始祖廟)를 세웠으며, 그 후 임금들이
즉위하면 그 이듬해 봄에 시조묘에 제사를 지냈다. 소지왕도 즉위
이듬해에 시조묘에 제사지냈으며, 9년에 그 자리를 확장하여 신궁을
세웠던 것이다. 그 후 임금들이 친히 신궁에 제사지낸 것으로 미루어
시조묘를 확장, 격을 높인 것이 신궁임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천신(天神)과 접하는 구조물에 팔각건물이 많다. 우주
구성원리가 팔괘(八卦)요 불교에서 천상을 팔방천(八方天)이라 한
것이며, 천신과 임금이 접하는 곳으로 고종 황제의 즉위식을 올렸던
원구단( 丘壇)도 팔각이요, 천자가 즉위하면 하늘에 고하는 태산(泰山)
정상의 사수단(社首壇)도 팔각구조다. 불교를 한반도에서 들여와
부흥시킨 일본 쇼토쿠타이시(聖德太子)의 사당격인 호류지(法隆寺)의
몽전(夢殿)이 팔각구조라는 것은 신라의 팔각사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팔각 기단의 발견은 수천년 중공을 헤매던 박혁거세의
영혼에 팔각집을 찾아드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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