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풍선 효과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여성경찰대회에서 매춘 단속으로 기억되고
있는 김강자(金康子) 총경이 매춘단속의 풍선효과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사창가를 단속하면 매춘녀들은 마치 밑둥 잘린
풍선처럼 그 현장을 떠나긴 한다. 떠오른 풍선이 터져 사라지면 좋겠지만
너울너울 날아 어디선가 다시 자리 잡으니 풍선을 이동시킨 효과밖에
없음을 통계로 제시한 것이다. 특정지역에서 단속 150명을 이주시켰는데
뒤를 추적했더니 143명이 다른 곳에 가서 매춘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풍선효과는 옛날부터 있어왔다. 태종 11년에 조정에서 창기(娼妓)를
폐하는 논의가 있었는데 모든 조정신하들이 임금의 뜻을 받들어
매춘제도의 폐지를 찬성했으나 유독 하륜(河崙)만이 반대했고 이에
임금은 웃으며 하륜의 의견에 따랐다. 태종이 가장 신임했던
신하라서인지, 그렇지 않으면 하륜이 여자 좋아하는 것을 알고
웃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세종 때도 이 매춘 문제가 심각한 국사로 대두됐었다. 현감 부인인
감동(甘同)이 왕자를 비롯, 영의정까지 포함한 38명의 사대부들과
사통하는 문제가 발각되어 매춘이 상류사회에까지 침투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조정에서 창기를 없애는 문제를 두고 의논하고 없애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허조(許稠)대감이 의견을 말할
차례인데 어느 누구보다 맹렬하게 창기 철폐를 주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배신 받고 말았다. 「남녀 관계는 사람의 본능으로 금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이 금법(禁法)을 엄하게 하면 숨어서 사가(私家)를 침범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 누를 생각하여 없애지 않은 것이 마땅한 줄
안다」고 혼자서 반대를 했고 임금도 이를 좇았다. 풍선 효과는 이미
세종대왕 때부터 문제됐음을 알 수 있다. 부산 치외법권지역인
왜관(倭館)에 몸을 팔면 그 뚜쟁이와 매춘녀를 잡아 성안에 끌고 다니며
매질하고 목을 베어 긴 장대에 꽂아 왜관 담 밖에 효수(梟首)를 했는데도
통간이 멎지 않았음은 혹형도 그것 앞에서 맥을 못추었다는 역사적
증명이랄 수 있다.
이 풍선효과 때문인지 단속보다 직업의 일종으로 합법화하여 매춘 노조가
결성되어 전국대회를 열고 쟁의를 일으키고 있음이 세계적 추세이고 보면
풍선무상이다.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태 코너] 八角 神宮 (0) | 2022.11.22 |
---|---|
[이규태 코너] 失踪 戰士 (0) | 2022.11.22 |
[이규태 코너] 景德鎭 (0) | 2022.11.22 |
[이규태 코너] 미국 산불 기우제 (0) | 2022.11.22 |
[이규태 코너] 餘暇 學會 (0) | 2022.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