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비양도

bindol 2022. 11. 22. 05:53

[이규태 코너] 비양도

조선일보
입력 2002.07.04 21:30
 
 
 
 

날아오른다는 뜻인 제주도 비양도(飛揚島)가 이름대로 뜨고 있다.
바다에서 솟아오른 지 1000년 되는 한반도의 막둥이 섬으로 올해에
1000년 돌을 맞아서뿐 아니라 「내셔널지오그래픽」지가 흙 한줌 돌멩이
하나하나 섬 전체가 자연사 보물섬이라고 평가하고 유명한 외국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취재해가고 있을 만큼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1000여년 전만 해도 한반도의 지반은 불안했다. 그 전후로 북단인
백두산의 대폭발이 있었고 남단인 제주도 근해에서는 해저 폭발로 섬이
생겨났다. 제주도 서해안의 분출에 관해서는 고려 목종(穆宗)5년(1002년)
6월과 10년(1007년)의 두 차례 기록이 있는데, 두 번 분출한 것인지 첫
번째 분출한 것을 5년 후에 탐사시켜 기록에 남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첫 번째 기록은 이렇다. 「산이 바다에서 솟아나는데 그 산에 네 개의
구멍이 있어 붉은 불물을 토하기를 닷새를 계속하더니 멎었다」 하고 그
불물이 식으니 모두 기왓장처럼 굳어있었다 했다.

두 번째 기록은 「탐라 해중에서 불쑥 산이 솟아나더니 먹구름이 눈을
가리고 우레 같은 지동이 7주야 만에 그쳤다. 먹구름이 개고 보니
바다에서 섬이 솟아나 있었는데 높이가 약 100여길이요, 둘레가 40여리나
되었으며 초목은 없고 연기가 산위를 덮었는데, 바라보기에
석유황(石硫黃)만 같아 사람들이 두려워하여 감히 가까이 가지 못했다」
했다. 이에 고려 조정에서는 태학박사(太學博士)요 외교관인
전공지(田供之)를 보내 그 분출한 화산섬의 도형을 그려 바치게 했는데
그 이름을 상서롭다 하여 서산(瑞山)으로 명명하고 있다.

지금 제주도의 많은 섬 가운데 서산이란 섬은 없으나, 내려온 구전과
「동국여지승람」에 이전에는 제주목에 속해 있던 섬인데 지금은
대정(大靜)현에 속해 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비양도(飛揚島)임이
분명해졌다. 그 600년 후인 선조34년(1601년)에 어사로 제주도에 갔었던
김상헌(金尙憲)의 기행문인 「남차록(南 錄)」에 비양도 대안인
명월성(明月城)에 이르렀을 때 비양도를 바라보고 적기를 「지지에
의하면 비양도는 서해 중에 있어 염소를 놓아 먹이고 있는데 고려 목종
때 탐라 해중에서 섬이 솟아올랐다 했는데 바로 이 섬이다」고 했다.
크게 생일잔치를 마련하고 있다던데, 개발 아닌 보존 차원에서 격조 높고
품위있는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